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배송 금지를 제안한 데 대해 당사자인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 노조와 소비자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다. <영남일보DB>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 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초심야 배송을 제한하자고 제안하면서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쟁이 노동권과 소비 편의, 산업 구조를 둘러싼 사회적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30일 기준 쿠팡 정규직 배송기사 노동조합은 공식 입장을 내고 해당 제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새벽배송이 이미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면 금지 방식의 접근은 고용과 임금 문제를 동시에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새벽배송이 중단될 경우 소속 기사들의 소득 안정성과 고용 안전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정치적 판단이 산업 현장을 앞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안은 29일 택배노조가 발표한 '쿠팡 심야배송 노동환경 개선' 입장문에서 구체화됐다. 노조는 초심야 시간대 배송이 수면권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 최소한 0시부터 5시까지는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내외 직업환경의학 연구에서는 고정 야간근무가 수면장애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제시돼 왔다. 2020년 이후 택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주당 노동시간 관리와 분류작업 인력 투입이 제도화된 바 있지만 심야 구간에 대한 별도 기준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논의의 장은 정부 차원으로 넘어갔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해당 사안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제도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기구는 지난해 5월 쿠팡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사건 이후 출범했다.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과거 택배 분류작업 인력 투입 합의처럼 권고가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어 산업계는 신중한 분위기다.
소비자 측 반응도 뜨겁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30일 성명을 통해 노동자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전면 금지 방식은 문제 해결의 해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새벽배송이 중단될 경우 자영업자와 물류 종사자 등 연관 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유통업계는 새벽배송을 통해 신선식품 재고 회전율을 높이고 온라인 주문 패턴을 분산시키는 구조를 구축해 왔다.
<사>소비자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9월 24일부터 10월 14일까지 조사기관 더 브레인에 의뢰해 소비자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새벽배송이 중단되거나 축소될 경우 불편을 느낄 것이라는 응답은 64.1%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우 불편해질 것'이 19.9%, '다소 불편해질 것'이 44.2%였다. 업계에서는 국내 새벽배송 이용자가 약 2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보면, 대구 북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은 퇴근 이후 학용품이나 식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맞벌이 가정 입장에서 새벽배송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고 설명했다. 밤에 주문한 물품이 자녀의 아침 등교 전에 도착하는 구조는 이미 생활 패턴의 일부가 됐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야간노동의 건강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와 플랫폼 기반 물류 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의 문제다. 노동권 보장과 소비 편의, 산업 경쟁력을 보는 각각의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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