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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가 남긴 것

2025-11-05 10:00

회원국 ‘경주선언’ 통해
자유무역 원칙 재확인
최대 성과는 ‘지역의 발견’
숙박·교통 등 우려 딛고
글로벌 회의 성공 이끌어

지난 한 주간 세계의 이목은 신라 천년의 고도(古都) 경주로 쏠렸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G2 간 패권 경쟁 속에서 진행된 다자간 정상회의는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거친 파고를 넘어 아·태 지역 국가들이 연대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숨 가쁜 외교전이 막을 내린 지금, 경주는 분명한 답을 내놨다. 바로 '경주선언'을 통해서다. 회원국들은 선언문 채택으로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 논의 진전은 물론 역내 경제통합과 자유무역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파편화된 세계질서에 맞서 APEC의 존재 이유를 증명한 결정적 순간이었다.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갈등으로 공동 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던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 합의의 성과는 더욱 뚜렸하다.


또 하나 주목할 성과는 한국이 미래 의제를 선점했다는 점이다. 의장국인 한국의 주도로 채택된 'AI 이니셔티브'가 그 정점에 있다. 포용적 AI 사회를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아태 AI 센터' 설립의 기반을 마련, 기술패권 경쟁의 와중에 규범을 선도하는 국가로서 한국의 외교력을 입증했다.


'인구구조 변화 대응 프레임워크'를 채택한 것도 APEC의 지평을 넓힌 성과로 볼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아·태 지역 대부분이 직면한 공통의 위기다. 개별 국가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역내 공동 협력과제로 격상시킨 것은 인류를 위한 행보로 해석 가능하다. '문화창조산업'을 APEC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공식 의제화한 것도 K-컬처의 본고장인 한국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 수많은 성과을 얻어냈다. APEC 정상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관세 협상 세부사항 조율을 마무리 지었다. 자동차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대미 현금 투자는 연 200억 달러를 상한으로 설정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과 잭슨 황 엔비디아 CEO의 GPU 26만장 공급 약속은 덤이다. 사실 덤으로 치기엔 그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의 실마리도 찾았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극우 인사로 평가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새로운 면모를 보았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태극기에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전까지 일본 총리가 보여준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 같은 행동에는 한국에 대한 존중을 담은 총리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다카이치 총리와 만난) 느낌을 솔직하게 말하면 아주 좋은 느낌을 받았고, 걱정이 다 사라졌다"며 "자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일 양국의 관계 개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최대 성과는 '지역의 재발견'이다. 숙박, 교통, 시설문제 등 지역에서 글로벌 행사를 치를 수 있을까란 우려들을 한번에 종식시켰다. 오히려 역대 APEC 행사 중 가장 원만하게 치러낸 대회였다.


"경북도와 경주시, 중앙정부, 시민이 한마음으로 뛴 덕분에 세계가 감탄한 결과를 만들었다"면서 "지방정부도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이철우 도지사의 말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경북의 APEC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세계경주포럼과 APEC 문화전당, 퓨처스퀘어 조성 등 포스트 APEC 정책을 통해 경북과 경주는 장미빛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일만 남았다.


끝으로 경주에서 시작된 연결과 혁신, 번영의 약속이 아태 지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견고한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박종진 경북도청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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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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