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모이는 경북·경주 ‘천년 도시’에서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로
APEC 문화 레거시를 연결한 지속가능한 문화외교 플랫폼으로 조성할 예정인 'APEC 문화전당' 조감도<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조성할 계획인 'APEC 기념 랜드마크' 중 하나인 '레거시 별빛탑'<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조성할 계획인 'APEC 기념 랜드마크' 중 하나인 '디지털석굴암'<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조성할 계획인 'APEC 참가국 상징정원' 중 동남아 테마공원 조감도<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경주 보문관광단지에 조성할 계획인 'APEC 기념 랜드마크' 중 하나인 '천년화랑길' 조감도<경북도 제공>
경북도가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경북·경주 문화관광의 도약으로 연결하기 위한 '포스트 APEC 역사·문화·관광 분야 추진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주제는 '세계가 모이는 경북·경주, 문화로 미래를 잇다'. 이번 전략은 경주가 지닌 천년의 역사성과 APEC 회의를 통해 확보한 국제적 레거시를 결합해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번 계획은 경북도가 추진하는 포스트 APEC 3대 분야 10대 전략 중 첫 번째 프로젝트로, 대규모 국제행사 이후 흔히 나타나는 단기적·일회성 효과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관광, 사람의 흐름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북도는 "APEC의 결과물을 지역의 미래 성장 자산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계획을 통해 경주가 "국제적 문화도시로 재정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선언'으로 확립된 국제적 위상
2025년 경주 APEC 정상회의는 경북·경주가 국제사회에 자기 존재감을 분명히 각인시킨 행사였다. 이번 회의는 정상 참석률, 의제의 확장성, 개최도시의 상징성 등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특히 경주가 제안해 채택된 'APEC 경주선언'은 문화창조산업 협력 필요성을 공식 의제로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는 APEC 역사상 최초로 문화·콘텐츠 산업을 글로벌 협력 의제로 격상시킨 선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천년고도', '지붕 없는 박물관' 등으로 불리던 경주에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라는 새로운 국가·도시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도시 정체성의 외연이 넓어졌다.
김병곤 경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APEC 정상회의는 경북·경주의 세계화를 여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하며 "천년의 유산과 APEC 레거시를 결합해 지역의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전략의 핵심 개념을 '잇다(CONNECT)'로 규정하고, "시간과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도시 모델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진계획은 △문화산업의 연결 △관광의 연결 △문화공간의 연결 △사람의 연결 등 네 가지 전략축으로 구성된다. 경북도는 이 네 가지 전략을 통해 경주의 기존 문화 자산과 APEC을 통해 형성된 국제적 관심을 하나의 도시 브랜드로 결집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각 전략 아래에는 △세계경주포럼 △APEC 문화전당 조성 △보문관광단지 대규모 리노베이션 △APEC 개최도시 연합 협의체 구축 등 핵심 사업이 배치됐다. 경북도는 "각 사업은 개별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경주라는 도시가 가진 문화·역사적 자산과 APEC 레거시를 유기적으로 묶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APEC 전략의 중심 사업은 '세계경주포럼'이다. 경북도는 이를 "문화협력과 교류의 국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먼저 APEC 회원국을 중심으로 문화산업·문화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난 9월 국제경주역사문화포럼 등 기존 국제행사 경험을 토대로 포럼 틀을 구체화한다. 2027년부터 연례 개최를 목표로 하며, 역사·문화·관광·문화산업 등 경주가 가진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실질적 논의와 교류가 이뤄지는 장치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세계경주포럼은 경주가 국제 문화도시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포럼 정례화를 통해 경주가 문화협력의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APEC 문화전당…'APEC 보문 르네상스'
APEC 문화전당 건립은 포스트 APEC 계획의 상징사업이다. 총사업비 43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26년 착공, 2028년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되는 문화전당에는 △AI 기반 전시공간 △21개국 문화공연 공간 △행사연계 공간 △국제컨퍼런스홀 등이 들어선다. 경북도는 문화전당을 "경주의 글로벌 문화 발신지이자 APEC 문화외교의 거점"으로 규정했다.
특히 21개 APEC 회원국의 문화가 상설·순환적으로 전시되고 공연되는 구조로 설계해, 회원국 문화가 연중 경주에서 소개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문화전당은 APEC 회의의 결과물이 상징적 시설로 남아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APEC 레거시 사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경북도가 발표한 전략 가운데 관광객이 가장 체감할 변화는 보문관광단지의 대대적 리노베이션이다. 1970년대 조성된 국내 최초의 종합관광단지인 보문은 시설 노후화가 꾸준히 지적돼 온 곳으로, 경북도는 APEC 이후 이곳을 경주의 새로운 미래관광 중심지로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번 계획에는 △APEC 레거시 별빛탑 △디지털 석굴암 △수상동궁 △천년화랑길 △국제거리 등 기념 랜드마크 조성이 포함됐다. 또한 APEC 21개 회원국의 상징을 반영한 'APEC 참가국 상징정원'은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동북아, 동남아 등 5개 권역의 테마공원으로 조성된다. 경북도는 "보문관광단지는 APEC 이후 경주 관광의 핵심 기반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 향해…APEC 개최도시 연합 협의체
경북도는 역대 APEC 개최도시들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APEC 개최도시 연합 협의체' 구상도 함께 발표했다. 해외 개최도시 중 일본 요코하마, 중국 베이징·상하이, 미국 시애틀, 칠레 산티아고 등 APEC을 개최한 도시들이 주요 협력 대상이다.
경북도는 2026년 비전선언을 시작으로 2027년 양해각서 체결, 2028년 협의체 창설, 2029년 개최도시 발전포럼 개최까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협의체는 도시 간 정책 교류, 문화·관광 협력, 정책 사례 공유 등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경북도는 "APEC 개최 경험을 공유하는 도시 간 실질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경주가 국제도시와 지속적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병곤 국장은 "포스트 APEC 시대의 경북·경주는 문화와 관광, 사람이 연결되는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할 것"이라며 "세계 10대 문화관광도시 실현을 위한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이번 계획이 단순한 사후사업이 아니라 경주의 문화도시 체계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경주의 고유한 역사 자산과 APEC을 통해 확보한 국제적 위상이 결합하면서 새로운 도시 성장을 이끌 기반이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천년의 도시가 세계를 향해 확장하는 여정은 이제 막 또 한 장을 넘어섰다. 경북·경주는 APEC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며, 문화와 관광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도시 모델을 향해 첫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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