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윤석열 전(前) 대통령의 12·3 계엄령 선포가 있은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고, 민주당은 절대적 의석수를 앞세워 무소불위의 의회 권력을 휘두르며 의회민주주의는 안중에도 없는 듯 독단적인 전횡과 일방통행식 의회 운영을 스스럼없이 자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아무리 계엄과 탄핵이라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소수 야당이라 할지라도 도대체 지난 1년 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알 수가 없다. 다시금 국민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자기반성도, 변화와 혁신의 노력도 그 어디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빗대어 흔히들 '총체적 난국'이라 하지 않나 싶다.
전직 대통령 부부는 헌정사 최초라는 기록을 남기기라도 하듯 동시에 구속되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가 하면, 계엄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덕수 전 총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로 징역 15년을 구형받았다. 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 역시 체포동의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하여 구속의 갈림길에 서 있다. 12·3 계엄 1년을 앞둔 현시점에서 지난 정부와 국민의힘 핵심 고위 관계자들이 내란 관련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잇따라 사법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이 참담할 따름이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은 아직도 '계엄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계엄 사태의 책임과 사과 메시지를 놓고 답답한 논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여러 건의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전직 대통령 부부의 부적절한 행적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애써 외면하기에 급급한 듯 보여 씁쓸하기 그지없다. 비상대권 차원에서 계엄 선포의 정당성이 입증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 부인이라는 사람의 공인(公人)의식을 망각한 낯 뜨거운 부도덕성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은 그 위기의식을 못 느끼고 있는 듯하여 걱정이 앞설 뿐이다.
계엄 사태 1년을 앞둔 지금, 국민의힘 당내에서 사과 메시지를 두고 갑론을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김재섭, 김용태 의원 등 3·40대 초선의원들은 집단행동을 암시하며 지도부가 진정 어린 대국민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일부 최고위원 몇몇은 지금 시점에서 사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민심(民心)이 무엇을 바라는지는 비교적 명확함에도 이런 논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현재 국민의힘의 문제점이 어디에 있는지 비교적 명확해진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과 민심과의 괴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전국지표조사(NBS) 정당 지지도에서 39%를 얻은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22%로 거의 절반밖에 국민의 지지를 못 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하순 발표한 조사 역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바라는 중도층이 36%에서 30%로 6%나 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반면 여당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6% 상승한 결과치를 보여줬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계엄과 탄핵의 책임에 대해 국민 앞에 어떤 자세로 사과와 성찰의 메시지를 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다시금 민심을 회복하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진정성 담긴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책임과 혁신의 가치를 국민께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수권정당으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국민의힘에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