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형 에너지 모델에서 해양·산림·수산 융합 산업까지.. 영덕의 순환경제 비전 본격화
지난해 3월, 경북 내륙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은 의성과 안동, 청송, 영덕 등을 휩쓸며 수만여 ㏊의 산림과 주거지를 삼켰다.
영덕군만 해도 산림 1만6천여 ha 이상이 불타고 송이 산지와 임산물 생산기반이 초토화됐다. 다수의 마을 공동체는 해체의 위기를 맞았고 관광객 발길은 순간 급감했다. 그러나 재난의 상흔을 복구의 출발점으로 삼은 영덕은 이제 회복을 넘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영덕군은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웰니스 관광 산업 육성, 수산물 클러스터 구축을 축으로 하는 '3대 미래전략'을 본격화하며 2040년을 향한 지속가능한 성장 도시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10조 원 규모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산불로 잿빛이 된 산자락에 지금은 거대한 풍력타워의 설계도가 펼쳐지고 있다. 영덕군이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10조 원 규모로 군 단위에서는 전국 최대 수준이다. 이 사업의 핵심은 군민참여형 이익공유 모델인 '바람과 햇빛 연금' 제도다.
영덕군은 육상·해상 풍력과 태양광 등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통해 '3대 미래전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사진은 영덕 창포 풍력발전 단지 (영덕군 제공)
풍력·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고 복지사업과 지역투자에 재투입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이 핵심이다. 전남 신안군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신안군은 2024년 기준 전체 군민 3만8천 명 중 43%인 1만6천 명이 '햇빛연금'과 '햇빛아동수당'을 받는다. 연간 120억 원이 지역사회로 환원되며 1인당 평균 80만 원의 현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덕군은 이를 벤치마킹해 풍력과 태양광을 결합한 바람과 햇빛 연금㎿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군은 '군민주도·에너지 순환경제·지속가능한 영덕발전'을 3대 비전으로 그린에너지 10대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주요 사업은 군민 이익공유 체계 구축, 에너지 자치법규 제정, 민관 혼합형 육상풍력단지 조성, 영농형 RE100 시범단지, 국가주도 동해안 1호 해상풍력 타당성 조사, 산·학·연·관 거버넌스 체계 확립 등이다.
개발 규모는 지품면 200㎿급 육상풍력단지와 1.5GW(기가와트)급 해상풍력단지, ㎿급 영농형 태양광 시범단지 등으로 총 10조 원 이상으로 예상했다. 사업이 완료되면 정부지원금 2조 원 이상이 유입되고 기업 유치·건설 경기 활성화·청년 일자리 창출 등지역경제 전반에 연간 1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민이 발전사업의 주체가 되어 생산·운영·수익 배분에 참여하는 구조를 통해 지역이익의 역외 유출 문제를 막고 에너지가 곧 복지로 순환하는 지속가능한 지방자립형 경제 모델이 완성될 전망이다.
▲ 웰니스 관광, 재난 상처 치유하는 회복 산업
산불 이후 관광객 감소로 지역 상권이 침체되자 영덕군은 '웰니스 관광'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눈을 돌렸다. 영덕은 이미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로부터 추천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된 인문힐링센터 여명과 고래불국민야영장을 중심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지난해 영덕 고래불 국민야영장 일원에서 열린 2024 영덕 국제 H웰니스 페스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우측 두번째)와 김광열 영덕군수(좌측 두번째), 인도 바나라스 힌두대학교 총장이 웰니스 산업에 대해 토론하고 있는 모습(영덕군 제공)
특히 지난해 경상북도와 공동 개최한 '영덕 국제 H-웰니스 페스타'는 국내외 3만 명이 방문하며 큰 성과를 올렸다. 의료·문화·스포츠가 융합된 웰니스 프로그램은 자연 치유의 도시라는 영덕의 새로운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영덕군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경북 제1호 K-웰니스 도시로 지정되었으며 올해 '2025 K-브랜드 어워즈'에서 2년 연속 웰니스 관광도시 부문 수상을 차지했다. 웰니스 산업은 전 세계 시장 6조 3천억 달러로 국내의 한방·의료·미용 등 연관 산업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영덕군은 10개년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해양·산림·농업 융합형 웰니스 산업 육성 △한방·아유르베다 산업 고도화 △글로벌 웰니스 기업 박람회 유치 △스포츠·문화형 체류관광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또 블루로드 테마로드 정비와 관어대 전망 웰니스 관광지 개발, 한방웰니스센터 건립 등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역주민에게는 심리적 회복과 경제적 활력을, 관광객에게는 치유와 재생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 1천300억 규모 수산 클러스터
영덕의 또 다른 성장축은 바다다. 영덕군은 대게·가자미·오징어 등 지역 수산자원을 기반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 수산물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핵심사업은 경북 스마트 수산가공 종합단지 조성사업, 강구항 어촌신활력 증진사업, 제2로하스 농공단지 조성사업, 강구해상대교 건설 등 1천300억 원 규모다.
영덕 강구항을 중심으로 강구항 어촌신활력 증진사업과 지역 수산자원을 기반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스마트 수산물 클러스터' 사업이 현재 추진 중이다. 사진은 조감도(영덕군 제공)
이들 사업은 생산·가공·산업관광·유통이 결합된 복합형 산업클러스터로 청년 창업 지원과 수산식품 가공산업, 어촌관광을 동시에 육성한다. 특히 강구항 일대에 조성 중인 스마트 가공단지는 자동화·디지털 냉동기술을 접목해 기존 수산물 가공을 첨단 산업으로 전환하고 수출 기반을 확대하는 미래형 수산산업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수산 클러스터와 연계된 '어촌신활력사업'은 청년 귀어귀촌 지원, 어촌계 창업 육성, 수산체험관광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청년 정주 기반을 강화하고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된다. 수산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영덕은 '대게와 블루푸드의 수도'로 도약하고 환동해 경제권의 주요 해양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영덕군의 3대 미래전략은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다. 이는 산불 이후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지역의 정체성과 자립기반을 재구성하려는 재생의 비전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지역과 주민들의 수익구조를 바꾸고 웰니스 관광으로 상처를 치유하며 수산 클러스터로 산업기반을 복원한다. 이 세 축은 각각 다른 분야지만 모두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라는 하나의 목표로 연결된다.
남두백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