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체육회 앞 1인 시위에 나선 이지현씨
3일 경산시에 있는 경북체육회 사무실 앞에서 이지현(24)씨가 인권침해 등을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 씨는 6년째 이어진 출전 제한과 단증 문제에 대한 경북체육회 감사와 경북합기도협회에 대한 조치를 촉구하며 이날 피켓 시위에 나섰다. 장성재기자 blowpaper@yeongnam.com
3일 오전 경북체육회 앞. 매서운 겨울 바람이 얼굴을 스쳐도 이지현(24)씨는 혼자 피켓을 들고 "6년 보복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며 외치고 있다. 현재 고향 경주에서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일을 도우며 생활하고 있는 그는 6년 넘게 이어진 체육계와 갈등의 끝에서 거리로 나섰다. "제가 선수 생활을 다시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지금 도장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후배들도 저처럼 당할까봐 나선 겁니다." 이날 이씨는 영남일보와 일문일답 인터뷰를 가졌다.
▶합기도는 언제 시작했고 무슨 일이 있었나
"12살 때부터 경주에서 합기도를 했다. 처음엔 너무 좋았었죠. 운동도 재미있었고 국가대표를 꿈꿀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당시 지도자였던 관장의 폭언과 폭행 위협이 점점 심해졌다. 훈련 중 욕설을 듣거나 얼차려에서 위협적인 행동이 반복되자 더는 견딜 수 없었다."
▶ 그래서 고교 시절 소속을 옮긴 것인가
"그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경주에선 정상적 훈련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1학년 말에 구미로 전학해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환경이 달라지면 문제도 끝날 줄 알았다."
▶ 소속을 옮긴 후 문제가 지속됐다.
"'시합 못 뛰게 해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는 걸 여러 경로로 들었다. 처음엔 그냥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출전 제한이 있었다. 누가 직접 '나오지 마라'고 말한 건 아니지만 명단에서 빠지거나 기회가 사라지는 일들이 반복됐다. 당시 18살이었다. 그 나이에 이런 일을 겪으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 2019년 도대표 선발전 출전 불가가 결정적인 사건이었나.
"맞다. 경기력은 충분했다. 구미시 대표 선발전에도 1위로 입상을 했고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출전 자체가 막혔다. 당시 경북합기도협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제가 직접 들을 수는 없었지만 '경주에서 벌어진 일'을 문제 삼은 것이라고 본다. 그로 인해 졸업할때 까지 선수생활을 못했다. 그 나이대의 1년 공백은 굉장히 치명적이다."
▶ 군 제대 후 3단 단증 갱신이 거부된 이유는
"군대 제대 후 경주 부모님 식당을 돕고 있다. 그러던 중 올해 4월, 합기도 3단 단증 갱신(승단 자격 재확인)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평상시 행동들 때문에 회의에서 갱신 불가 결정'이라고 했다. 무슨 행동인지 묻자 아무 설명을 안 해줬다. 규정에도 없는 이유인데 그 말만 반복했다."
▶ 국민신문고에 단증 갱신 부당함 신고했는데 어떤 답변 받았나
"'정상적인 단증 갱신 절차를 통해 반영하라고 경북합기도협회에 조치했다'고 경북체육회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상위기관인 경북체육회는 협회관계자들에게 징계위원회도 열지 않았다."
▶ 최근 경북체육회 측과 통화했나
"네. 혹시라도 갱신이 된 건가 싶어 확인했는데 갱신된 것도 아니고 기존 결정을 취소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시 신청하라'고만 했다. 이건 문제를 바로잡은 게 아니라 '우리가 한 결정은 건드리지 않을 테니 네가 다시 처음부터 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 선수 복귀는, 그리고 시위 나선 이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백 기간이 너무 길었고 훈련도 이전처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기량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실업팀 선수에 도전하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합기도 정말 좋아한다. 평생 취미로라도 계속하고 싶다. 저 때문이 아니다. 지금 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후배들이 저처럼 이유도 모른 채 기회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조사를 받고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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