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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기획]얼음골이 ‘세계 무대’가 되는 겨울…청송, 아이스클라이밍으로 새해 시작

2025-12-30 18:01

천연 빙벽·전용 경기장·글로벌 후원…산불 아픔 딛고 ‘재도약 상징’으로 준비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운홍기자>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운홍기자>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운홍기자>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정운홍기자>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청송군 제공>

올해 1월 12일 청송에서 열린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청송군 제공>

경북 청송 주왕산면 얼음골. 겨울이 깊어지면 이곳은 '등반가의 성지'를 넘어 세계 산악스포츠 일정표에 찍힌 고정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국제산악연맹(UIAA) 월드투어의 전통 개최지로 유명한 청송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2026년 1월 10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매년 시즌 초반 일정으로 배치되는 이 대회는 한 해 월드투어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 중 하나로,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국제 산악스포츠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청송이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의 '고정 기착지'가 된 배경은 분명하다. 우선 얼음골은 국내에서 보기 드문 천연 빙벽을 갖춘 지역이다. 자연 결빙 조건이 비교적 안정적인 데다, 오랜 기간 빙벽 등반이 이뤄져 온 곳으로 국제대회를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치러 왔다. 이러한 자연적 조건과 축적된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청송은 세계적인 아이스클라이밍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전용 경기장 인프라도 더해졌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은 국제 규격에 맞춰 조성된 전용 시설로 선수 경기 공간은 물론 실내·외 관람석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 동선과 안전을 고려한 구조, 경기 운영을 위한 부대시설까지 갖추면서 대회 운영의 완성도를 높였다. 언론에서는 이 경기장이 관람 환경과 운영 여건을 고루 갖춘 곳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처럼 시설과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청송은 '대회를 한 번 치르는 도시'가 아니라 '대회가 항상 개최되는 도시'가 됐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개최한 도시라는 상징성도 이런 위상을 뒷받침한다.


월드컵의 체급은 참가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2025년 청송에서 열린 월드컵과 아시아선수권 대회에는 전 세계 18개국에서 118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리드와 스피드 두 종목에서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경쟁을 펼치며 청송은 다시 한 번 국제 무대의 중심에 섰다. 대회 기간 경기장에는 선수단과 운영진, 국내외 관람객이 몰렸고, 겨울 비수기였던 지역에는 모처럼 활기가 감돌았다.


청송은 이 국제대회를 단순한 스포츠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축제형 스포츠 이벤트'로 확장해 왔다. 2025년 대회 현장에서는 월드컵 센터를 중심으로 청송사과와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시식 공간이 운영됐고, 경기장 주변에는 전시와 체험 요소가 더해졌다. 관람객이 경기를 관람한 뒤 곧바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머물며 청송을 경험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국제대회가 지역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흐름은 2026년에도 이어진다. 2026 UIAA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은 국제산악연맹(UIAA)과 대한산악연맹(KAF)이 주최하고, 청송군과 경상북도산악연맹이 주관하는 국제 공식 대회로 치러진다. 경기 종목은 아이스클라이밍 리드와 스피드로, 남녀 일반부 경기가 진행된다. 참가 규모는 선수와 임원을 포함해 약 150명에 달할 전망이다.


대회는 UIAA 2026 아이스클라이밍 공식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리드 경기는 사전 정보 없이 루트를 공략하는 온사이트 리딩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피드 경기는 예선 밀어내기 방식과 결선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대회 전날인 1월 9일에는 선수 등록과 테크니컬 미팅이 열리고, 대회 첫날인 10일 오전에는 웜업 구역 개방과 루트 시연이 이어진다. 둘째 날인 11일에는 리드 준결승과 결승 경기가 진행된 뒤 시상식으로 대회의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의 총 시상금은 1만2천600유로로, 한화로 약 2천139만 원 규모다. 종목별 1위에게는 트로피와 금메달, 상금 1천50유로가 주어지며, 2위와 3위에게도 각각 은메달·동메달과 함께 상금이 수여된다. 국제 월드컵 대회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시상 체계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참여다.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아웃도어리서치(Outdoor Research), DYPNF 등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가 후원에 나서며 대회의 국제적 위상은 한층 강화됐다. 이는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청송군은 이번 월드컵을 산불 피해 이후 '회복과 재도약의 상징'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제대회를 통해 다시 손님을 맞고, 겨울의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 자체가 지역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된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안전 관리와 교통 통제, 제설 대책, 감염병 대응 체계까지 세밀하게 마련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역경제 효과는 대회 기간에 집중된다. 선수단과 운영진, 관람객이 만들어내는 숙박·외식·교통 수요는 겨울 비수기 지역 상권에 직접적인 온기를 더한다. 청송군은 여기에 주민 참여형 운영을 더해 먹거리 부스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소비가 지역 안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 마련되는 다양한 부대 프로그램은 관람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청송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기간이 되면 겨울 장사가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다"고 말했다. A씨는 "겨울이면 확실히 손님이 적어지는 것을 느끼는데,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는 평소보다 많은 외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진다"며 "외국 선수들도 식당에 들르다 보니 지역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단순히 며칠 손님이 늘어나는 걸 넘어, 청송이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진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했다. 그는 "뉴스나 SNS를 통해 우리 마을 이름이 해외까지 나가는 걸 보면 주민으로서 자부심이 생긴다"며 "산불 이후 침체됐던 분위기 속에서 다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특히 대회가 '축제처럼 열리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B씨는 "경기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전시나 체험, 먹거리 부스가 함께 열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며 "앞으로도 이런 국제대회가 꾸준히 이어져 청송의 겨울이 계속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설 투자도 병행됐다. 청송군은 경기장 노후 패널 교체와 관중석, 데크 보수에 예산을 투입했고, 경상북도는 경기장 구조물 설치와 루트 세팅, 제빙·결빙 작업을 지원했다. 국제대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다시 한 번 다진 셈이다.


청송이 그리는 다음 단계는 분명하다. 월드컵을 연례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겨울을 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천연 빙벽과 전용 경기장이라는 희소한 자원을 기반으로 동계 스포츠 관광, 국내외 팀 훈련 유치, 지역 브랜드와 관광을 결합한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구상이다. 매년 세계가 찾는 '약속된 겨울 일정'이 된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을 지역경제의 반복 가능한 시즌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얼음골의 겨울은 이제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콘텐츠가 됐다.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이 남기는 의미는 메달 집계보다, 세계가 찾는 겨울을 지역의 일상과 경제로 연결하는 방식에 있다. 18개국 118명이 뛰었던 2025년의 열기 위에, 2026년 청송은 '국제 산악스포츠 도시'라는 이름을 다시 한 번 굳히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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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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