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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전태일<6>]기술교육 내세워 열정페이…손 습진에 허리·무릎 통증도 감내

2026-01-06 16:05

◇보조미용사의 고달픈 삶
손님 없는 시간에도 일은 멈추지 않아
계약서와 다른 현장, 기준 없는 근로
‘교육’ 뒤에 가려진 위험과 감정노동

보조 미용사가 고객의 머리를 정리하고 있다. 샴푸와 염색, 드라이 준비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손길들이 쌓여 미용실의 하루가 완성된다.<보조미용사 박모씨 제공>

보조 미용사가 고객의 머리를 정리하고 있다. 샴푸와 염색, 드라이 준비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손길들이 쌓여 미용실의 하루가 완성된다.<보조미용사 박모씨 제공>

보조 미용사의 하루는 미용실 문이 열리기 전부터 시작된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쓸고, 수건을 정리하고, 샴푸대와 거울을 닦는다. 손님을 맞을 채비가 끝나야 영업이 시작된다. 미용실에서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오래 서 있는 이들이지만 늘 '디자이너'가 아닌 '보조'라는 명칭이 따라 붙는다. 노동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는 늘었지만, 현장 깊숙한 곳으로 갈수록 고달픈 삶의 모습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미용 산업의 이면에서 보조 미용사들은 지금도 자신의 노동이 어디까지 인정받는지 묻고 있다.


◆쉬는 시간 없는 하루


대구의 한 중형 미용실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보조 미용사 A씨. 그는 스스로를 "하루 종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했다.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한다. 공식 오픈은 10시지만, 그 전까지 할 일은 산더미다. 바닥 청소, 수건 정리, 샴푸·염색·펌 약품 재고 확인, 도구 소독, 샴푸대 정돈, 음료 준비….


손님이 몰리기 시작하면 업무는 더 촘촘해진다. 머리를 감기고, 드라이 준비를 하고, 염색약을 배합하고, 호일을 자르고, 파마 롯드를 정리한다. 예약이 빽빽한 날엔 식사 시간도 뒤로 밀리기 일쑤다. "지금은 못 먹어도 좀 이따 먹지"라는 말을 반복하며 일에 전념하다 보면 어느새 식사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쉬는 시간은 명확한 '휴게'로 보장되기보다는 손님이 끊기는 잠깐의 틈에 숨을 고르는 형태에 가깝다.


"손님이 없을 때가 쉬는 시간 아니냐고요? 그때가 오히려 더 바빠요. 수건 돌리고, 청소하고, 도구 닦고,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쓸고…. 손님이 오면 곧바로 응대해야 하니까요." 미용실에서 '손님이 없는 시간'은 공백이 아니라 대기이자 정비 시간이다. 그 정비를 누가 하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대개 같다. 보조 미용사다.


◆계약서와 다른 현장


A씨 처럼 보조 미용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부는 기본급에 인센티브(매출·실적 수당)가 붙지만, 보조가 직접 매출을 만들기 어려운 구조에서 인센티브는 '있으면 좋은 돈' 정도로 치부된다. 주말·야간 근무가 잦아도 연장수당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도 적잖다.


"계약서에는 적혀 있는데, 실제론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로 넘어가요. 주말이 제일 바쁘니까 쉬기도 어렵고요."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는 업장마다 편차가 크다. 작성하더라도 근무시간, 휴게시간, 수당 산정 방식이 현장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보조 미용사 입장에선 문제 제기가 쉽지 않다. '승급'과 '평가'가 전적으로 상사의 판단에 맡겨진 구조에서 자칫 입바른 소리 하나는 당장 내일의 근무표를 바꿀 수 있다는 불안감이 늘 따라다닌다.


특히 보조 미용사 경력은 '실력과 태도'라는 명분 아래, 객관적 기준 없이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언제 디자이너로 올라갈 수 있는지, 어떤 기준을 충족하면 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보조는 계속 '보조' 신세가 된다. 시간은 흐르지만 지위는 멈춰 있다.


◆일상이 된 위험


보조 미용사의 손은 늘 젖어 있다. 샴푸대에서 물을 만지고, 염색약과 펌 약품을 다루며, 청소용 세제를 쓴다. 피부는 쉽게 갈라지고, 습진이 생긴다. 손톱도 약해진다. 화학물질 노출은 냄새로 먼저 다가온다. 환기가 충분하지 않은 공간에선 두통도 자주 생긴다.


하지만 보호장구 착용은 '권리'가 아니라 '선택'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장갑을 끼면 손 감각이 둔해지고, 손님 응대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멀리하게 된다. 마스크를 쓰면 손님 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어 벗게 된다. 서비스업 특유의 '고객 중심' 문화에 안전은 뒷전으로 저만치 방치돼 있다.


온 종일 서서 일하는 탓에 허리·무릎엔 통증을 달고 산다. 샴푸대에서 고개를 숙인 채 반복 동작을 하다 보면 어깨와 손목이 망가진다. 불만을 토로하면 이런 통증은 대개 '원래 그런 일'로 곧바로 정리된다. 산업재해 신청은 절차도 까다롭다. 그보다 먼저 "신청하면 일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이 앞선다. 위험이 상시화된 노동은 결국 개인이 감당하게 된다.


미용실 작업대 위에 가위와 빗, 드라이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손놀림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장비들로, 보조 미용사의 노동이 가장 먼저 닿는 현장이다.<보조미용사 박모씨 제공>

미용실 작업대 위에 가위와 빗, 드라이 도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하루 종일 반복되는 손놀림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 장비들로, 보조 미용사의 노동이 가장 먼저 닿는 현장이다.<보조미용사 박모씨 제공>

◆'교육'에 가려진 노동


보조 미용사에게 자주 따라붙는 말들이 있다. "기술 배워가니까" "경력 쌓는 거니까" "처음엔 다 그런 거야". 교육을 받는다는 논리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낮아지고 '지금의 고생'은 미래의 보상으로 미뤄진다. 하지만 미래의 보상이 반드시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을 옮기면 '교육은 다시 처음부터'가 되는 곳도 있다. 이전 매장에서 쌓은 숙련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으면 보조는 계속 '초보'로 남는다. 다시 제로베이스가 된다. 분명히 그 시간들은 누군가에겐 생계를 위한 몸부림이었겠지만 '훈련 기간'이란 말로 쉽게 치환된다.


특히 미용업계는 개인사업장 비중이 크고, 업장 규모도 다양해 노동관계법이 현실에 제대로 스며들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각지대는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제도가 현장까지 뿌리내리는 시간이 길어서 생긴다.


◆기준 없는 노동의 반복


보조 미용사 문제는 '개별 업장의 태도'로만 볼 수 없다. 개인사업장이 많은 업종 특성상, 기준이 없을수록 취약한 노동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근로조건의 가시화다. 근무시간·휴게시간·수당 지급 기준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실제 현장 운영과 계약 내용이 일치하도록 관리·점검도 이뤄져야 한다.


보조 미용사의 경력 인정 구조는 반드시 손봐야 할 과제다. 현재는 업장별 내부 기준에 따라 승급 여부가 결정되다 보니, 장기간 보조에 머무는 사례가 발생한다. 일정 근무 연한과 교육 이수, 숙련도를 기준으로 한 최소한의 경력 인정 체계가 마련된다면 보조의 시간은 '대기'가 아니라 '경험 축적'이 될 수 있다.


감정노동 보호도 빼놓을 수 없다. 손님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언이나 성희롱에 대해 '참는 것'이 아니라 대응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로 모든 감정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관행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문제 발생 시, 사업주의 개입과 조치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정책선전국장은 "보조 미용사 역시 명백한 노동자지만, 실제 현장에선 교육생이나 견습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휴게시간·연장근로 수당 등 기본적인 보호에서조차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미용업계는 5인 미만 사업장, 프리랜서 계약 형태가 혼재돼 있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체불이나 부당한 근로조건 문제는 개인이 감당하기엔 부담이 큰 만큼, 노동청 진정이나 노동단체 상담 창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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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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