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전 AI 통해 병명 추정하고 치료 방향까지 확인…의사와 충돌 잇따라
의사들 “증상·소견 설명 보다, AI가 왜 틀렸는지 해명 하는 경우 많아져” 한숨
대구의 한 병·의원 진료실에서 환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을 통해 증상과 치료 정보를 미리 확인한 뒤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면서,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의사 간 판단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챗GPT 생성>
"의사 선생님 말씀과 다른데요. 챗GPT에 물어보니 그렇게 나오지 않던데요."
최근 대구 지역 병·의원 진료실에서 낯설지 않게 들리는 말이다. 병원을 찾기 전, 스마트폰으로 AI(인공지능)에 증상을 입력해 병명을 추정하고 치료 방향까지 확인한 뒤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면서, 진료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의료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그만큼 환자와 의사 간 판단 충돌이라는 새로운 갈등요소가 불거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1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외래 진료에선 환자 스스로 특정 질환을 지목하거나 '이 검사를 해 달라' '이 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포털 검색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참고하던 수준을 넘어, 챗GPT같은 대화형 AI가 환자의 '사전 진단 도구'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문제는 의사 소견이 AI 답변과 다를 때다. 일부 환자들은 "AI는 다르게 말한다"며 의료진 판단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다.
일선 의사들은 진료 무게중심이 흔들린다고 하소연 한다. 대구 동구 한 개원의는 "환자 증상과 진찰 소견을 설명하기보다, AI가 왜 틀렸는지를 먼저 해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진료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의료진 피로도도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AI는 환자 병력, 검사 결과, 미세한 임상 징후를 종합해 판단할 수 없다"며 "일반 정보가 오히려 환자에게 과도한 확신을 주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의료 정보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그 정보가 자기 상황에 얼마나 적합한지 판단하긴 쉽지 않다. AI 답변이 정제된 문장과 논리적 설명으로 신뢰감을 주긴 하지만 개인별 차이와 맥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진료실을 '의사 대 AI'의 구도로 받아들인다. 의료진 판단을 하나의 선택지로 상대화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진료실에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한다.
의료계에선 이 현상을 단순한 기술적 변화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AI 확산이 의료 정보의 전달 방식뿐 아니라, 의료의 권위 구조와 신뢰 관계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여긴다.
대구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이제 의사는 진단자이자 처방자일 뿐 아니라, AI 정보의 한계를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까지 떠안게 됐다"며 "의학적 판단만큼이나 소통과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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