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윤재옥·주호영 등 조기 추진파, 재정지원 근거로 ‘속도’ 강조
추경호·최은석·배광식 등 신중론, 선거 직전 추진 의도·권한이양부터 따져야
6·3 지방선거 대구경북(TK) 행정통합 관련 후보자별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생성
정부가 대구경북(TK) 행정통합 시 '4년간 20조 원+α'라는 파격적인 재정 지원안을 제시하면서, 5개월 앞으로 다가온 6·3 지방선거의 판이 요동치고 있다. 단순한 행정 구역 개편을 넘어, 이번 지방선거가 TK의 100년 미래를 결정할 '통합에 대한 찬반 투표' 성격을 띠게 된 셈이다. 19일 영남일보가 국민의힘 대구시장·경북도지사 유력 주자들을 대상으로 6·3 지방선거에서 (가칭) 대구시·경북도 통합 특별시장 1명을 뽑는데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결과, 통합의 '당위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시기'와 '방법론'에 있어서는 일부 시각차를 드러냈다.
◆ "머뭇거릴 시간 없다"…생존 위한 '속도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윤재옥·유영하·이만희·주호영 의원 등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 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핵심 논리는 '실리'와 '생존'이었다.
이 도지사는 구체적인 예산 수치를 제시하며 통합의 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포항시청에서 열린 투자협약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도지사가 1년에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이 1조원 남짓인데,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5조원 중 4조원은 직접 쓸 수 있는 '풀 자금(포괄보조금)'의 성격"이라며 "이를 받는 지역과 못 받는 지역의 발전 격차는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이 도지사는 "2024년 당시에도 6·3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내일(20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을 만나 통합과 관련한 절차와 별도 태스크포스 운영 등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도 "우리만 안 하면 지원받을 기회가 제한된다"며 위기감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날 별도의 성명문까지 내고 "정치는 타이밍이고 행정은 속도인 만큼, 우리가 통합 논의를 서둘러 '대한민국 제1호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 역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맞다"며 찬성표를 던졌다. 유 의원도 "대구경북이 메가시티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조기 통합에 힘을 실었다.
주 의원도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호남과 충청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 선거를 치르고 7월부터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우리도 같이 가야 한다"며 TK 행정통합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급제동 건 '신중론'
추경호·최은석 의원, 배광식 북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강덕 포항시장,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은 "속도보다는 방향"이라며 정부와 추진 세력의 '급가속'에 제동을 걸었다.
추 의원은 '무늬만 통합'을 경계했다. 그는 "강원이나 전북을 보면 실질적 권한이 얼마나 이양됐는지 의문"이라며 "중앙정부가 말로만 분권을 외칠 게 아니라, 파격적인 권한 이양을 먼저 약속해야 시도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전제 조건을 달았다.
최 의원은 큰 틀에선 찬성한다면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처리하는 건 안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구와 경북 시·도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이다"고 했다.
배 북구청장은 "행정통합은 기본적으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이야기인데, 이를 위해선 시·도민들 사이에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면서 "통합의 핵심은 중앙정부가 권한과 재정을 얼마나 지방정부에 나눠주느냐에 달렸다. 급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달서구청장도 "통합은 축제처럼 진행돼야 하는데, 급하게 하면 사회가 분열된다"며 후유증을 우려했다.
이 포항시장은 "20조원을 걸고 선착순 사탕 주듯 밀어붙이는 방식은 공분을 살 수 있다"며 정부의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 전 부총리는 "100년을 내다볼 결정에 주민 수용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순조로운 추진은 어렵다"며 "지금 제시된 내용만으론 덜컥 받기가 그렇다. 통합 단체장을 지금 뽑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선거 후 논의 현실론 주장도
통합 속도전에는 찬성하지만 물리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선(先) 선거, 후(後)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금 대구시장 권한대행과 경북도지사의 대표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도청 이전 후에도 북부권 발전이 미미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주민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고,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소극적인 관리 업무만 가능하다. 두 분 모두 통합을 다룰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6·3지방선거 후 새로 선출된 단체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도 "선거법에 근거해 지방선거 전체 일정이 확정됐고, 그 로드맵에 따라 모든 후보들이 준비를 마친 상태다. 통합 단체장 선출은 통합이 실제로 결정되고, 통합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된 이후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통합은 그에 필요한 예산 확보와 사업 추진 체계까지 정비된 다음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권혁준
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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