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무임 이어 18세 이하까지…교통복지 ‘세대 확장’
“어릴 때부터 버스 타는 습관”…대중교통 활성화 기대
후정산 보전 구조, 버스회사 지원 아닌 시민 이용분 정산
경주 황성공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51번 시내버스에 승차하고 있다. 경주시는 3월 새 학기부터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요금을 전액 지원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
지난 18일 오후 4시 경주 황성공원 앞 시내버스 정류장. 하교 시간을 맞은 인근 중·고등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자 정류장 안팎이 금세 북적였다. 도착한 51번 버스에 올라타는 학생들의 손에는 저마다 교통카드가 들려 있었다. 단말기에 카드를 대자 "학생입니다"라는 음성 안내와 함께 1천200원의 요금이 차감됐다. 매일 왕복 통학을 하는 학생이라면 한 달에 약 5만 원, 방학을 제외한 연간 교통비만 50만 원 안팎이 소요된다.
경주시는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6세부터 18세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의 시내버스 요금 전액을 지원하는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조례가 통과되면 학생들은 별도의 절차 없이 기존 교통카드로 경주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지역민들의 교육 부대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김미영(44·황성동)씨는 "아이 둘이 학원과 학교를 오가며 버스를 타면 한 달 교통비만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 "체감되는 생활비 절감 효과가 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실제 경주시가 집계한 지난해 어린이 이용 건수는 18만 2천959건, 청소년은 163만 2천298건에 달한다. 이를 현행 요금(어린이 800원·청소년 1천20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약 31억 5천800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경주시는 이번 정책이 복지 혜택 확대와 함께 대중교통 이용 습관 형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교통행정과 대중교통팀 박용현 주무관은 "집 앞에 버스가 다녀도 노선을 모르거나 이용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며 "무료화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장벽을 낮추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버스 이용이 늘어나면 학부모 차량 이동이 줄어들어 학교 인근의 고질적인 교통 혼잡 완화와 탄소 저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정적 측면에서는 정밀한 데이터 행정이 뒷받침된다. 시는 버스 회사에 일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 대신, 시민이 실제 이용한 내역을 데이터로 확인해 사후에 보전하는 '후정산 시스템'을 채택했다. 이미 시행 중인 70세 이상 어르신 무임 지원 예산 중 시비 부담분(약 28억 8천만 원)을 더하면, 경주시가 매년 감당해야 할 교통 복지 예산은 60억 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경주시는 이번 정책이 인구 감소 시대의 정주 여건 개선과 육아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예산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여서, 시는 매년 축적되는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정 계획을 정교하게 조정하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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