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통합 논의 공론화 부족 지적
생활권 혼선, 권한 이양 등 보완점 제시
찬반 토론 이어졌지만 질의응답은 ‘침묵’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설명회'에서 한응민 대구경북행정통합지원단 부단장이 특별 법안 및 기대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알리기 위한 첫 권역별 설명회가 열렸지만, 시민 공론의 장이라기보다 일방적 홍보 무대에 가까웠다는 평가 속에 밋밋하게 막을 내렸다. 특히 정부가 약속한 20조 원 지원과 파격 특례가 반복 제시됐지만 정작 시민들의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통합 이후 삶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 답변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열린 '대구경북 행정통합 권역별 설명회'에는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추진 현황 보고와 토론회 순으로 진행됐지만,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발언이 주를 이뤄 찬반이 균형 있게 다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서성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 초광역 협력은 사업 나열 수준에 그쳤다"며 "교통·산업·생활권을 하나로 재설계해야 서울 중심 집적경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대구 본사·경북 공장이라는 이원 구조가 기업 경영의 걸림돌"이라며 규제 프리존과 SMR 기반 저가 에너지 공급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전망과 달리 통합 이후 시민 생활의 후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윤대식 영남대 교수는 "대구광역시가 사라지고 '대구경북 특별시'가 되면 대구라는 생활권 울타리가 해체된다"며 학군 조정, 버스 노선, 택시 영업구역 등 일상 행정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특례시' 설치 같은 안전장치가 특별법에 명확히 담기지 않으면 시민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추진 절차의 정당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대표는 "부산·경남은 2028년을 목표로 긴 호흡을 잡았는데 대구경북은 속도전만 강조된다"며 "주민투표와 숙의 과정을 거치는 '시민의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20조 원이라는 먹이를 던졌지만 시민 중 내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재정·입법 권한의 실질적 이양 없이는 통합이 지역 소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대구시는 이번 통합이 과거와 차원이 다른 국가적 특례라고 맞섰다.
오종혁 대구시 기획조정실장은 차관급 부시장 4명 배치와 20조 원 재정 지원을 핵심 성과로 내세우며 "타 시도가 대구 법안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가장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 공백 우려에 대해서는 특별시장이 직할하는 대구 전담 기구를 두겠다고 했지만, 구체적 권한과 재원 구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제주도처럼 출범 후 법 개정으로 보완하겠다"는 답변은 오히려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설명회의 한계는 질의응답 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시민들의 질문은 단 한 건도 없었고, 공무원 2명이 예산 배분과 권한 이양을 주문하는 발언만 이어졌다. 토론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한 끝에 행사는 예정 시간보다 일찍 종료됐다.
결국 이날 설명회는 '통합이 왜 필요한가'보다 '이미 결정된 정책을 어떻게 포장할 것인가'에 무게가 실린 자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 의제라면, 시민을 청중이 아닌 주체로 세우는 논의 구조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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