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찾아온 기회, 낙수효과는?
“단순 고용 넘어 ‘제조 데이터’ 주권 확보가 핵심”
과제는 ‘전력량’, 발전원 확보·생태계 조성 집중해야
지난해 12월 경북도와 구미시, 퀀텀일레븐(Quantum XI) 컨소시엄이 구미하이테크밸리 내 구미 첨단 AI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로호드 파트너스를 경영컨설팅사로 퀀텀일레븐, Nscale(엔스케일),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구미하이테크밸리를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로 구축할 계획이다.<구미시 제공>
이강덕 포항시장이 지난 1월 19일 광명일반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현장을 방문해 간부공무원과 향후 계획을 공유했다. <전준혁기자>
경북의 양대 산업 거점인 구미와 포항에 들어설 대규모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심장'을 유치했다는 기대감의 이면에는, 이것이 과연 지역 경제를 살릴 실질적인 '동아줄'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공존하고 있다.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지만, 고용 효과는 크지 않다는 데이터센터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서버 저장소'가 아닌, 지역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판도를 뒤집을 '혁신 엔진'으로 정의하며, 각 도시의 특성에 맞는 치밀한 활용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 "고용은 적고 전기는 블랙홀?"
지역 경제계와 시민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통상적으로 데이터센터는 건설 단계에서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지역 건설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운영 단계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고도로 자동화된 시스템 특성상 상주 인력은 소수의 서버 관리자와 보안 요원에 그친다. 수천 명의 근로자가 북적이는 제조 공장 유치와는 '일자리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기회비용'이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한정된 지역 전력망을 데이터센터가 선점해버리면, 향후 반도체나 2차전지 등 실제 고용 효과가 큰 다른 제조 공장을 유치할 때 '전력 부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항 등 일부 지역에서는 고압 송전선로와 전자파 발생에 대한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도 여전한 숙제다.
◆ 해법은 '제조 AI'
이러한 '무용론'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다. 데이터센터 자체의 고용 숫자보다, 그것이 지역 제조업에 미칠 파급력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환조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인 챗GPT 같은 생성형 AI 시장은 모델의 크기와 자본력이 승패를 가르지만, '제조 AI' 분야는 현장의 데이터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영남권의 조선, 철강, 에너지 기업들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는 보안이 철저하고 독자적이어서 글로벌 빅테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구미와 포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불량률을 낮추고 공정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지역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켜내는 '방파제' 역할을 해 지역 기업의 생존력을 높이며, 관련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모여드는 '디지털 클러스터' 형성으로 이어져 간접 고용 효과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 구미와 포항의 전략
대한민국 내륙 최대의 수출 기지인 구미시는 이 '제조 데이터' 활용에 사활을 걸었다. 구미는 전자, 반도체, 방산 등 첨단 제조시설이 집적된 도시다. 구미시의 전략은 데이터센터를 매개로 제조 현장을 '지능형 공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미시는 지난달 'AI비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구미 산단 내 기업들의 데이터를 AI로 분석하고 이를 다시 설계·공정·품질 혁신으로 연결하는 '선순환 모델'을 구축 중이다.
포항시는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를 초기 40MW급에서 향후 200MW 이상으로 확장하는 등 블루밸리 국가산단을 AI 특화 산단으로 육성해 포항 전역의 산업·연구 데이터 자원과 연결되는 AI 네트워크 중심축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포스텍 인공지능대학원, 애플 R&D센터 등 세계적 수준의 인력 풀을 바탕으로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 '전력 총량' 키우고 '소프트웨어 생태계'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두 도시의 청사진이 현실화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행정 과제로 '신규 에너지원 확보'를 꼽는다. 유 교수는 "데이터센터가 기존 산업용 전기를 잠식하는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전기를 생산할 시설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며 "해상풍력이나 소형모듈원전(SMR)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신규 발전원 확보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기업 유치를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하드웨어(센터)는 기업이 짓지만, 그 안을 채울 소프트웨어 기업과 인재가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 개선, 파격적인 세제 혜택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조력자'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가 거대한 '전기 먹는 하마'로 남을지, 지역 소멸을 막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는 이제 행정의 디테일에 달렸다.
전준혁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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