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추진 광주-전남, 최근 10개 핵심 공공기관 이전 정부 건의
농협중앙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공항공사 등 이전 요구
일부 기관, 대구-경북 각각 유치 희망 기관과 겹쳐 ‘선점’ 우려나와
전문가 “대구경북도 통합 전제 2차 공공기관 이전 공동 전략 필요”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16일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오는 7월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의 기폭제가 될 2차 공공기관 이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간이라는 의견이 지역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행정통합 지역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서다. 행정통합 8부 능선까지 오른 TK가 이른바 '알짜배기' 공공기관 유치에 보다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할 확실한 명분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통합을 추진하는 광주전남이 일찌감치 공공기관 유치에 공동전선을 펴고 있는 반면, TK는 아직 각개 약진식이어서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들이 기대보다 규모가 적을 수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TK도 큰 틀에서 알짜 기관을 선점할 수 있는 단일대오식 전략적인 유치 행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전남과 정책적 연대는 이어가되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선 선의의 경쟁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1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TK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과 '광주전남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은 각각 제144조에 공공기관 이전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 특례 관련 조항을 보면 "국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25조에 따라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한 시책을 추진할 때에 통합특별시를 이전 대상지역으로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광역단체들이 정부에 특정 공공기관 이전을 앞다퉈 요구하는 양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11일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핵심 유치 목표 공공기관 10곳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광주와 전남은 "정부가 통합특별시에 공공기관 우선 이전을 약속했다"며 명분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행정통합 인센티브안'을 발표한 김민석 국무총리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시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겠다"며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내 양질의 공공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인구 유출 방지, 교육·의료·교통 등 각종 생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생활여건을 직접적으로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 광주와 전남이 공동 건의한 핵심 10개 기관은 △농협중앙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마사회 △한국환경공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한국공항공사 △수협중앙회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이다. 이와 관련해 광주시 측은 "광주전남은 1차 공공기관 이전기관과의 시너지, 지역 산업에 대한 기여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미래 산업과 관련된 40개 기관, 그리고 10개 핵심 유치 기관을 공동으로 협의해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대구경북 일각에선 "광주와 전남이 10곳을 콕 찝어 정부에 요구하며 일종의 '선점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더욱이 광주시와 전남도가 요구한 핵심 기관 10곳 중엔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희망하는 기관(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농협중앙회, 한국공항공사, 한국환경공단 등)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대구시는 33개, 경북도는 40여개 기관을 2차 이전 공공기관 유치 희망기관으로 선정한 상태다. 대구의 유치 대상 공공기관에는 △IBK기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한국공항공사 △한국투자공사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국환경공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은 △농협중앙회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마사회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환경산업기술원 등의 지역 이전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선 광주전남처럼 통합을 전제로 한 핵심 유치 공공기관 공동 건의 등의 액션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에는 2차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TF가 있지만 모두 따로 논다. 자칫하면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광주전남에 공공기관 이전 관련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구와 경북도 통합을 전제로 한 2차 이전 공공기관 유치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필요하다면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공동TF 가동도 주저해선 안 된다는 것.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은 이번 행정통합 추진과 관련된 정치적 환경이 사뭇 달랐다. 광주전남은 정치적 환경이 보다 안정적이었고, 대구경북은 다소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며 "광주전남은 행정통합을 전제로 일찌감치 정부에 각종 후속조치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었겠지만, 대구경북은 그럴 여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구시와 경북도가 각각 따로 마련한 유치 목표 공공기관 리스트를 토대로 속도감 있는 공동 협의를 통해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안을 공식 건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대구시와 경북도는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행정통합에 따른 정부 지원 방안 대응계획' 구체화 작업에 본격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와 경북도 관계자는 "그간 상황이 워낙 불확실했던 탓에 행정통합 특별법안 통과에 행정력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양 시·도가 행정통합과 연계한 2차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공동 유치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대 최철영 교수(법학부)는 "대구경북 통합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만큼, 이제는 2차 이전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며 "행정통합을 통해 대구와 경북이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우선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대구경북은 이제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관'을 함께 선정해 양 지자체가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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