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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양 외과의사가 바라본 일본 풍경12]일본은 시스템, 한국은 개인기

2026-02-25 16:11
도쿄 오다이바의 극단 사계 전용 극장. 탄탄한 시스템으로 많은 배우들을 훈련시키고 안정적인 고용을 하면서, 전국민이 일년 내내 싼값으로 공연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임 원장 제공>

도쿄 오다이바의 극단 사계 전용 극장. 탄탄한 시스템으로 많은 배우들을 훈련시키고 안정적인 고용을 하면서, 전국민이 일년 내내 싼값으로 공연을 즐기도록 하고 있다.<임 원장 제공>

20년 전 일본 극단 사계(劇団四季)의 전용 극장에서 뮤지컬 '라이언 킹'을 보았다. 런던 웨스트엔드와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 얼마 전 다시 찾은 그곳에선 여전히 '라이언 킹'이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단일 작품을 수십 년간 상설 공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웠다. 일본 극단 사계(劇団四季)는 1953년 연출가 아사리 케이타가 창단한 일본 최대 상업 극단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의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을 일본에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 일본 전국 주요도시에 전용극장을 운영하며 년 300만 관객을 동원한다.


우리나라도 뮤지컬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일본과는 다르다. 사계는 감정을 절제하고 대사의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모음법(母音法)이라는 독특한 발성법을 고수한다. 한국은 감정 표현, 연기가 우선이다. 그래서 한국이 더 역동적이고 재미있다면 일본은 작품에 충실한다. 일본은 특정한 스타가 주인공이 아니라 작품이 주인공이다. 시스템이 탄탄해서 누가 공연에 나와도 공연 수준이 비슷하다. 한국은 특정 유명한 배우가 주연이므로 배우에 따라 관객 수 차이가 많이 난다. 일본은 배우가 매년 오디션을 통해서 재계약을 하고 안정적인 계약 형태이다. 사계 극단 소속 배우만 600여명으로 대기업 수준의 수입을 보장한다. 반면 한국은 작품별로 계약하는 '프리랜서' 중심의 시장 구조를 갖고 있다.


한작품을 오래하니까 몇번씩 같은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도 많다. 평일 낮 공연을 갔더니 아이들과 부모들이 같이 와서 즐기고 있었고 공연마다 항상 만원이다. 입장료는 한국보다도 저렴하다.


물론 사계 극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도 많다. 창작극보다 유명한 해외 작품으로 라이선스 비용이 나가는 것도 문제이고, 모음법에 집중하니까 대사 전달은 잘 되지만 극적인 감정 표현이 없이 밋밋하다는 평가도 있고, 스타 배우가 없이 배우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니까 강력한 흡인력이 없는 문제도 있다. 하지만 사계 극단이 초기에 내세운 전략, 즉 전 국민이 사계절동안 싼값에 유명한 공연을 도심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는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스포츠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난다. 과거 한국은 시스템보다 한두 명의 천재적 선수와 강한 정신력으로 일본을 압도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다르다. 탄탄한 저변과 시스템으로 무장한 일본의 선수층을 당해내기 버거워 보인다. 이제 축구, 야구는 실력 차이가 뚜렸이 난다


한국, 일본 기업 상위 20위를 보면 한국이 1,2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하지만, 20위 안에 3개기업 밖에 없다. 그것도 반도체, 자동차뿐이다. 일본은 자동차, 금융, 제약, 게임, 종합상사, 패션, 반도체등 종목도 아주 다양하다. 한국은 한 분야에 위기가 오면 휘청거리지만 일본은 위기가 와도 전체적으로 흔들림이 적다 .<임 원장 제공>

한국, 일본 기업 상위 20위를 보면 한국이 1,2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하지만, 20위 안에 3개기업 밖에 없다. 그것도 반도체, 자동차뿐이다. 일본은 자동차, 금융, 제약, 게임, 종합상사, 패션, 반도체등 종목도 아주 다양하다. 한국은 한 분야에 위기가 오면 휘청거리지만 일본은 위기가 와도 전체적으로 흔들림이 적다 .<임 원장 제공>

모든 면에서 두 나라의 차이를 보면 재미있다. 일본은 매뉴얼에 따라 절차를 중요시해서 안정적이고 예측이 가능하며 실수가 적다. 하지만 변화에 둔감하고 느리게 진행한다. 한국은 속도감이 있고 임기응변, 위기에 강하다. 대신 개인 의존도가 높아서 성과에 기복이 있다.


일본 시스템이 문제를 드러낸 것은 2011년 동일본 지진이었다. 매뉴얼에도 없는 상상 이상의 쓰나미가 몰려오자 정부시스템은 마비되었고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키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일본의 시스템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개인기로 스마트 폰등 응용기술을 꽃 피웠지만 일본은 시스템으로 보이지 않는 기초를 다진다. 결과로 수십명의 노벨 과학상을 수상하고 다른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발전시킨다. 참고로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등 핵심 분야가 산업을 이끌지만 일본은 다양한 분야가 산업을 주도한다. 일본은 사고가 나면 구멍난 시스템을 손질하고 재발을 막으려고 힘쓰지만 한국은 책임자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시간이 지나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다.


일본을 보면 모든 것을 잘 할 것 같은데 기대만큼 결과는 좋지않다. 한국은 곧 큰일 날 것 같은데 결과는 좋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러가지 갈등이 심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시스템을 만들고 원칙을 지키며 예측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대학 법정대학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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