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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양 외과의사가 바라본 일본 풍경13]단점도 때로는 강점이 된다

2026-03-13 13:37
세이칸 터널 단면도. 길이 23km으로 바다 밑까지 140미터. 해저에서 또 100미터 깊은 터널이다. 깊고 약한 지반에 터널을 성공함으로서 해저터널 공사의 표준을 만들었다.<임 원장 제공>

세이칸 터널 단면도. 길이 23km으로 바다 밑까지 140미터. 해저에서 또 100미터 깊은 터널이다. 깊고 약한 지반에 터널을 성공함으로서 해저터널 공사의 표준을 만들었다.<임 원장 제공>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잦은 나라다. 한국 매체에서는 종종 일본의 재난 뉴스를 과장되게 보도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도쿄에 있는 나에게 친구들은 안부 문자를 보낸다. 하지만 실제 일본에 거주해 보니 웬만한 지진은 해당 지역이 아니면 뉴스에 나오지도 않을 정도다. 불안할 법도 하지만 이들에게 재난은 이미 일상의 일부분이 된 듯한 인상을 받는다.


일본은 모든 공사 단계에서 지진과 태풍을 상시 고려한다. 철저한 사전 분석과 시공, 사후 관리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해 있다. 물론 그만큼 시간과 비용은 더 소요된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두고, 시속 210km의 신칸센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당시 기차는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사양 산업이라 여겨지던 때였기에 전 세계는 놀랐다. 같은 해, 본섬(혼슈)과 홋카이도 사이의 쓰가루 해협을 잇는 세이칸 터널 공사도 시작되었다. 해저 140m 깊이이고 지반은 약했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은 철저한 지질 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세한 틈새를 시멘트와 특수화학물질로 메워서 강화시키는 '그라우팅(Grouting)' 공법을 고안해 냈다. 이 기술은 이후 전 세계 해저 터널 공사의 표준이 되었다. 또한 공사 현장과 지면의 급격한 기압 차로 인해 작업자들이 잠수병(감압병) 위험에 노출되자, 현장에서 체계적인 '감압 스케줄'을 운영했다. 이는 산업의학계에서 선진적인 안전 관리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24년이라는 긴 공사 기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 네 차례의 대형 사고와 34명의 희생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1988년 마침내 터널은 개통되었다.


일본이 대규모 공사를 성공시키며 만든 작업의 표준은 세계 시장의 주도권으로 이어졌다. 영국-프랑스 간의 유로터널,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을 가로질러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마르마라이 해저 터널(2013년 개통) 등에 일본의 기술력이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경제학에는 '재난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있다. 재난으로 인한 대규모 복구 공사가 내수 경제 순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오래된 시설이 파괴된 자리에 최신 기술로 건설을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1871년 시카고 대 화재 이후 철근 구조 중심의 근대 도시로 재건된 것이나, 1995년 고베 대지진 이후 강화된 내진 설계 기준을 새로 만든 것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성공 사례다. 물론 이런 재난을 감당할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경우에만 해당된다.


리니어 중앙 신칸센. 도쿄, 오사카간을 시속 500km 로 1시간에 주파하고 경제를 하나로 묶는 거대 사업이다. 노후된 신칸센을 대체하고 지진에도 흔들림없는 새로운 개념의 자기열차를 운행한다. 2045년 완공이 목표이다. 예산및 환경적인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고속 열차의 표준을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다. <임 원장 제공>

리니어 중앙 신칸센. 도쿄, 오사카간을 시속 500km 로 1시간에 주파하고 경제를 하나로 묶는 거대 사업이다. 노후된 신칸센을 대체하고 지진에도 흔들림없는 새로운 개념의 자기열차를 운행한다. 2045년 완공이 목표이다. 예산및 환경적인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고속 열차의 표준을 만드는 꿈을 가지고 있다. <임 원장 제공>

최근 만난 방산 전문가는 한국의 방산 수준이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의 엄청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하 20도의 혹한부터 영상 40도의 고온다습한 환경까지 오작동 없이 견뎌낸 국산 무기는 북유럽의 추위와 중동의 사막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리의 좁은 땅에 산악, 갯벌, 복잡한 도심등 온갖 지형이 섞여 있어서 여기서 검증된 무기들이 전혀 다른 환경의 국가에서도 "어디서든 잘 달리고 잘 쏜다"는 평가를 받는 비결이 되었다. 분단 국가라는 특수성 속에서 항상 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70년 동안 무기개발을 끊임없이 진행한 결과 현장에서 당장 통하는 무기를 가지게 되었다.


일본은 재난이라는 악조건을 방재 시스템 산업으로 승화시켰고, 우리는 좁은 땅덩이, 분단 국가, 혹독한 기후라는 악조건을 방위 산업의 경쟁력으로 발전시켰다. 베네수엘라는 석유가 많아도, 아르헨티나는 땅이 넓고 자원이 많아도 후진국이 되었다.


우리는 근대화에 실패하고 식민 지배를 당했고, 전쟁을 겪으며 국가는 분단되었고, 항상 전쟁의 위협에 시달렸고, 혹독한 기후를 가졌지만 결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단점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는 우리 자신에 달려 있다. 앞으로도 주어진 환경에 실망하지 말고, 자만 하지 말고 끊임없이 겸손하게 배우는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임재양(임재양외과 원장, 게이오 대학 법정대학 방문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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