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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돌아온 詩 열풍…시집 판매 늘고 신춘문예 응모 역대 최다

2026-02-27 06:00
데이원커퍼니의 성인 학습지 브랜드 마이라이트가 론칭한 시 쓰기 학습지. <마이라이트 제공>

데이원커퍼니의 성인 학습지 브랜드 '마이라이트'가 론칭한 시 쓰기 학습지. <마이라이트 제공>

#1 2011년 영남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경향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된 변희수 시인은 시 창작교실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다음달 3일까지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모집 시작 3분 만에 정원이 마감됐다. 시 창작 프로그램에서 '티켓팅 전쟁'이 벌어진 건 이례적이다. 대기 인원도 모두 차 사실상 더 이상 신청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2 데이원커퍼니의 성인 학습지 브랜드 '마이라이트'는 최근 시 쓰기 학습지를 론칭했다. 시의 구조 등에 대해 가이드를 제공한 후 시 20편을 창작하도록 돕는 상품이다. 월 2만원대의 패키지를 구매하면 유수연 시인이 1:1 온라인 피드백을 해준다. 1차 얼리버드가 마감된 상태다.


1980~1990년대 문학·출판계를 강타한 '시(詩)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시집을 구매하고 읽는 것은 물론, 시를 직접 창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감각적인 시 구절들이 SNS를 통해 널리 공유되며 시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시 쓰기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올해 일간지 신춘문예 대다수가 역대 최다 응모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누구나 시를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시집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30% 늘고, 지난해 2024년 대비 10% 또 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포그래픽=AI Notebook LM 생성>

시를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시집 판매량은 2024년 전년 대비 30% 늘고, 지난해 2024년 대비 10% 또 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포그래픽=AI Notebook LM 생성>

◆SNS로 시 구절 공유…출판사들도 합세해 시인선 론칭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4년 시집 판매는 2023년 대비 30% 늘었다. 2025년 판매도 전년 대비 10% 늘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건 SNS를 통해 진입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서인구가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현대시는 난해한 이미지로 비교적 입문하기 어려운 장르다. 시중에 나오는 시집들이 갈수록 읽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보문고 대구점 1층 베스트셀러 및 시집 코너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교보문고 대구점 1층 베스트셀러 및 시집 코너에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조현희기자

이 가운데 최근 SNS를 통해 짧고 강렬한 시구가 공유되고, 출판사에서도 온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며 시에 대한 대중의 심리적 거리감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후 맥락 없이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SNS의 특성과 맞아떨어졌다는 것. 인스타그램에선 시집 속 문장을 공유하거나 인상적인 시 구절을 큐레이팅한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하나 예스24 마케팅본부장은 "시는 일종의 '쇼트폼' 콘텐츠다. 쇼트폼에 익숙한 세대에게 시의 짧고 감각적인 언어가 색다른 감성으로 와닿으면서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 구절 아카이빙 인스타그램 계정 포엠매거진(@poemmag)의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시 구절 아카이빙 인스타그램 계정 '포엠매거진'(@poemmag)의 게시물들. <인스타그램 캡처>

이런 인기로 시 전문 인스타그램 매거진도 생겨났다. 일례로 '포엠매거진'(@poemmag)은 시집 속 문장을 아카이빙하는 매거진으로 팔로워는 9만명이 넘는다. SNS 계정과 기성 출판사가 협업해 시집을 홍보하거나 독자 참여형 이벤트를 진행하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MZ 시인들의 활약도 영향을 미쳤다. 각각 2017년,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유수연·고선경 시인, 2023년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박참새 시인 등 젊은 시인들의 행보가 돋보인다. 시집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포함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며 오르더라도 기성 시인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젊은 시인들의 시집이 다수 올랐다. 고선경 시인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은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었다. 일부 시인들을 두고는 '문학계의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도 붙고 있다.


2026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본심을 맡은 이하석 시인은 "시집이 옛날만큼 많이 팔리는 건 아니지만 젊은 시인들에 의해 시를 읽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대학생들 사이에서 시를 읽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젊은 시인들이 갖고 있는 언어의 질이나 표현 방식이 자신들과 맞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연령대별 시집 구매 비중은 20대 27.1%, 30대 22.3%, 40대 17.3%, 50대 18.0%, 60대 13.1%로, 젊은 층의 구매가 다소 두드러졌다.


지난해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고선경 시인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왼쪽부터). <예스24 제공>

지난해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른 고선경 시인의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 알' '샤워젤과 소다수', 차정은 시인의 '토마토 컵라면'(왼쪽부터). <예스24 제공>

교보문고 대구점 1층에 진열된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들. 조현희기자

교보문고 대구점 1층에 진열된 문학동네 시인선의 시집들. 조현희기자

이처럼 시집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시집 출간도 활발해지는 상황이다. 시집 출간 종수도 2016년 2천377종에서 2025년 3천702종으로, 10년간 55%(1325종) 증가했다. 각 출판사에서도 이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시집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열림원, 교유서가, 문학동네 출판브랜드인 난다 등이 시인선을 시작했고, 올해는 자음과모음 등에서 론칭한다.


2026 영남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지난해 12월 영남일보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영남일보 신춘문예에는 총 3천730편의 작품이 접수돼 역대 최다 응모를 기록했다. <영남일보 DB>

2026 영남일보 신춘문예 예심이 지난해 12월 영남일보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 영남일보 신춘문예에는 총 3천730편의 작품이 접수돼 역대 최다 응모를 기록했다. <영남일보 DB>

◆시 창작 쉬워진 환경에 일간지 신춘문예 투고 수 '신기록'


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시를 직접 창작하는 경우도 늘었다. 더 나아가 시인의 꿈을 꾸며 등단에 도전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올해 일간지 신춘문예 응모 경향을 들 수 있다. 2026년도 영남일보 신춘문예에는 총 3천730편의 작품이 접수돼 역대 최다 응모를 기록했다. 전년도 역대 최다 응모를(3천243편)을 또다시 갈아치운 기록으로, 15% 증가한 규모다. 부문별로는 시 3천455편, 단편소설 275편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0편, 37편 늘었다. 다른 일간지에서도 2026년도 신춘문예 지원 작품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주요 중앙지는 물론 경남신문 등 지역지에서도 역대 최다 접수를 기록했다.


대구 남구에 위치한 시집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 대구경북 시인들의 1천여권의 시집이 진열돼 있다. <영남일보 DB>

대구 남구에 위치한 시집 전문 독립서점 산아래 詩. 대구경북 시인들의 1천여권의 시집이 진열돼 있다. <영남일보 DB>

그렇다면 시를 쓰는 경우는 시에 대한 관심만으로 증가한 걸까. 이런 현상에 대해 한 시인은 "시라는 장르는 읽다보면 쓰고 싶어질 수밖에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AI라는 도구를 이용해 시를 비교적 쉽게 쓸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투고도 늘어났다는 것. 한국일보에선 2026년도 신춘문예 공모를 앞두고 투고작에 AI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 논의했다. 결국 모집 요강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실이 확인되면 당선은 취소됩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시를 직접 창작하는 경우도 늘었다. 신춘문예 투고도 증가해 올해 영남일보 신춘문예는 응모작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시를 직접 창작하는 경우도 늘었다. 신춘문예 투고도 증가해 올해 영남일보 신춘문예는 응모작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시대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있다. 은퇴한 실버 세대가 노후 생활을 즐기기 위한 지적 활동으로 시 쓰기를 택한다는 것. 변희수 시인은 "시 창작에 AI를 활용하는 것도 이미 문학에 대한 깊은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요즘 실버 세대 가운데는 교육 수준과 경제적 여유를 갖춘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자아 실현의 수단으로 시 쓰기에 많이 도전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2026년도 신춘문예 시 예심을 봤을 때도 70%는 중장년층이 쓴 듯한 작품이었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시집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는 박진형 만인사 대표는 "전보다 출판하기가 수월해지고 시집을 홍보할 수 있는 매체도 많아 대중이 시를 접하기가 쉬워졌다"며 "시를 배울 수 있는 경로도 예전엔 대학 강의 정도였다면 요즘은 곳곳에서 시 창작교실을 운영한다"고 했다. 이어 "어릴 적 문학의 꿈을 가진 여성들이 은퇴하며 시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시를 즐길 여유가 생긴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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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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