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석탄박물관 전경. <문경시 제공>
문경석탄박물관 갱도전시관에서 과거 탄광 작업 현장을 재현한 모습. <강남진 기자>
문경석탄박물관 전시관 내부에서 관람객들이 광부의 삶을 담은 대형 흑백 사진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강남진 기자>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쳤던 에너지원, 석탄. 그 중심에 문경이 있었다. 지금은 조용한 관광도시로 기억되는 문경이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광부들의 발걸음과 기계 소리가 밤낮없이 이어지던 산업의 현장이었다. 그 시절의 숨결을 오롯이 간직한 공간이 바로 문경 석탄박물관이다.
문경 석탄박물관은 과거 탄광 산업의 역사와 광부들의 삶을 기록하고 전승하기 위해 조성된 산업사 전문 박물관이다. 단순히 전시물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탄광의 현실을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내며 관람객을 시간의 터널로 안내한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문경 탄광의 연대기가 펼쳐진다. 일제강점기부터 산업화 전성기, 그리고 석탄 산업의 쇠퇴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사진과 기록물로 정리돼 있다. 자료 속 광부들의 얼굴에는 고단함과 함께 가족을 책임지던 가장의 결연함이 담겨 있다. 산업화의 성과 이면에 있던 노동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지는 순간이다.
박물관의 백미는 실제 갱도를 재현한 체험 공간이다. 낮은 천장과 좁은 통로, 희미한 조명 아래에서 관람객은 광부의 시선으로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기계음과 작업 환경을 재현한 연출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경험'에 가깝다. 아이들에게는 교과서 속 산업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낸 시대의 기억을 불러낸다.
전시실 한편에는 탄광에서 사용되던 각종 장비와 생활 도구들이 놓여 있다. 안전모와 곡괭이, 석탄 운반 수레는 생계를 책임졌던 필수품이었다. 장비 설명과 함께 소개되는 광부들의 증언은 전시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 이곳에서 석탄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사람의 삶 그 자체로 읽힌다.
문경 석탄박물관이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사람의 이야기'다. 위험한 작업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형성된 탄광촌 공동체 문화, 그리고 묵묵히 일터로 향하던 광부들의 일상은 오늘날 노동과 산업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빠른 성장 뒤에 숨겨졌던 희생을 마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교육적 가치 또한 크다. 학생들에게는 지역 산업사의 현장 교실이 되고,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는 세대 간 대화를 이끄는 매개가 된다. 문경의 자연 관광지 사이에 자리한 이 박물관은 여행의 결을 한층 깊게 만들어 준다.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면, 탄광의 소음 대신 고요한 문경의 풍경이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문경이라는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이야기를 품은 공간'으로 다가온다. 주말 여행 중 잠시 시간을 내어 들러볼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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