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는 고전 문학자들과 협업해 '이타카(Ithaca)'라는 AI(인공지능) 모델을 만들었다. 이타카는 파손돼 내용을 알 수 없는 고대 그리스 금석문을 복원하고 제작 연도와 장소를 추정하는 심층 신경망 모델이다. 이타카의 등장으로 고대 그리스 금석문 복원의 정확도가 크게 상승했다. 인간 학자 25%, AI 62%였던 정확도가 인간과 이타카가 협업했을 때 72%까지 올라갔다. 이타카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의 고향 섬 이름이다. 서양 문명의 뿌리가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첨단 기술이 결국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경북도는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시즈(AWS), 국내 AI 기업인 웹스테이지, 국립경국대와 'AI 혁신인재 양성 및 공공·산업 AI 전환 가속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립경국대는 AI 혁신대학원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유학의 본향인 안동의 지혜를 AI로 잇겠다는 전략이다. 안동에서 '갓 쓰고 코딩하는 AI 선비'가 탄생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사실 유학과 AI의 학습방식은 놀랍도록 닯았다. 유학의 핵심 중 하나는 격물치지(格物致知)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격물치지는 모든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앎에 이른다는 뜻이다. AI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본질적인 원리를 추출한다. 안동에서 AI 선비의 등장은 첨단 기술 시대에 던지는 한국 문명의 새 지평이다. 국립경국대에 제안하고 싶다. 단순히 AI 혁신대학원이라는 이름보다 안동의 선비정신을 담은 명칭을 붙였으면 좋겠다.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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