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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지대] 투명성, 회계의 단짝

2026-03-02 06:00
이진복 공인회계사

이진복 공인회계사

투명성이 대세다. 특활비도 공개하고, 후원금 사용 내역도 공개하고, 행정 정보도 공개한다. 경제, 사회, 정치 분야를 가릴 것 없다. 투명하면 사회가 더 신뢰할만하고 공정하며 효율적일 것으로 여겨진다. 투명성이란 사물의 내부가 모두 비쳐 보이는 성질을 말하는데, 투명하면 누구나 안쪽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신만의 고유성이나 자유를 고집하면 투명해질 수 없다. 투명성은 다름에 대한 존중이 없으며, 다양성과 거리를 두는 대신에 획일성과는 친하다. 투명해지면 관계가 평등해진다는 매력도 있다. 그 누구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초과이윤을 누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투명성은 민주사회와 좋은 배필이 될 수 있으며, 같은 이유로 인해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다.


투명성은 대상 간의 이질적 요소를 제거하여 비교가능한 상태가 되도록 계량화하면 손쉽게 이를 수 있다. 계량화된 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인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회계이다. 회계는 경제적 사건을 계량적으로 측정하여 화폐적 표현으로 나타내는 인류의 오랜 지혜가 녹아있는 유산이다.


회계는 개별 기업의 서사나 맥락은 모두 걷어내고, 조금도 애매모호함없이 화폐가치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경제적 활동을 표현한다. 모든 경제적 활동은 회계 앞에서 개별성을 상실하고 투명해진다. 그래서 회계는 투명성과 좋은 단짝이다. 대상 간의 통약불가능성과 고유성도 회계 앞에서 힘을 상실한다. 회계 앞에서는 인근 작은 공장이든 테슬라든 모두 특혜 없이 같은 잣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개념적으로 회계 투명성이란 법규와 회계 원칙에 따라 재무 정보를 거짓 없이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회계업계는 회계 투명성을 달성하기 위해 전례 없던 시도를 감행했다. 인종, 문화, 정치, 부의 격차를 괄호치고 모든 경제적 사건을 하나의 회계기준으로 묶은 것이다. 바로 국제회계기준(IFRS)이다.


국제적으로 단일한 규범은 자연과학과 같은 객관적인 법칙이 적용되는 물리 세계에나 가능한 일이다. 서울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사과는 런던에서도 아래로 떨어진다. 중력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리 세계가 아닌 생활세계 차원의 규범을 국제적으로 통일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라마다 음주운전 기준이 다르고 세금 매기는 기준이 다르며 지도자 선출 방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은 여기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나라별로 환경이 아무리 다르더라도 기업 활동을 측정하고 보고할 때 같은 기준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세계가 글로벌이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움직이는데도 서로 다른 기준을 사용한다면 정보의 신뢰성, 비교가능성, 효율성 그 어느 하나도 보장될 수 없다. 같은 회계기준을 사용해야만 누구나 평등하고 왜곡 없는 정보를 토대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미 아프리카를 비롯한 169개국이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여 의무화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수익 인식기준과 우리나라 수익 인식기준이 다르지 않다. 특정 사회 규정이 이처럼 전 세계로 확대되어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투명성의 단짝인 회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투명성 요청이 커지는 것은 우리 세상의 도덕적 기반이 취약하거나 정직이나 양심과 같은 가치가 점차 퇴색해가는 반증일 수도 있으니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할 일이다. 삶은 계량화가 가능한 것만으로 이야기될 수 없으며, 숫자 너머의 세계도 있다. 어린 왕자의 말을 빌리면 때론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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