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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삼일의 함성 따라 걷는 청라언덕

2026-03-02 06:00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이상진 시조시인·대구문인협회 부회장

3·1절 기념 107주년을 맞아 대구시 장로회 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제19회 대구 3·1만세운동 재연 행사에 참여했다. 푸른 생명이 움트는 3월, 봄기운이 스미는 언덕길을 오르고 내려오다 보면 자연스레 삼일의 함성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난다. 독립운동가와 호국의 인물을 많이 배출한 대구는 1919년 3월, 거대한 물결처럼 일어난 만세운동의 뜨거운 현장이었다. 그 중심에 자리한 곳이 바로 청라언덕이다.


'청라(靑蘿)'란 푸른 담쟁이를 뜻한다. 선교사들이 정착하며 조성한 이 언덕은 붉은 벽돌 건물과 푸른 담쟁이가 어우러져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정취를 자아낸다. 특히 언덕으로 오르는 아흔 계단, 이른바 '90계단'은 단순한 오르막이 아니라 시대의 시간을 밟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국의 독립을 외치던 청년들의 숨결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청라언덕 위에는 대구·경북 기독교 역사의 발자취가 오롯이 담겨 있다. 선교사들의 삶과 복음의 여정을 전하는 대구 선교박물관, 근대 의료선교의 역사를 보여주는 대구 의료박물관, 배움과 계몽의 씨앗을 뿌린 대구 교육역사박물관은 신앙과 민족 계몽이 맞닿았던 시대를 증언한다. 그 곁의 은혜정원과 계명대 동산의료원, 그리고 신명학교와 대구제일교회는 복음이 이 땅의 교육과 의료, 그리고 독립정신과 만나 꽃피웠음을 보여준다.


청라언덕의 명물인 사과나무는 '대구 사과'의 근원을 상징하고, 현재명 선생의 이팝나무는 세월의 깊이를 더한다. 언덕 아래에는 가곡 '동무생각'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는데, 곡을 쓴 박태준과 시를 지은 이은상의 우정과 예술혼이 고요히 흐른다.


또한 이 길은 '3·1운동길'로 이어져, 민족시인 이상화와 국채보상운동을 이끈 애국지사 서상돈의 생가와 인접해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 노래했던 이상화의 절규는 삼일의 함성과 함께 오늘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3월의 청라언덕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다. 그것은 신앙과 민족, 교육과 의료, 예술과 저항의 역사가 한데 어우러진 살아 있는 교과서다. 푸른 담쟁이가 다시금 벽을 타고 오르듯, 우리 또한 선열들의 뜻을 따라 정의와 자유의 가치를 되새겨야 하지 않을까?


삼일절 청라언덕을 걸으며 힘차게 펄럭이는 태극기를 들어 본다. 그날의 함성이 오늘의 책임으로 이어지기를, 이 봄의 새순처럼 우리의 나라 사랑이 다시 움트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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