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헌당규·선거법부터 자료해석까지, 단순 상식 수준 넘어
법률 지식과 상황판단 능력 요구, 수능 국어·PSAT와 유사
지역구는 경선 가산점 적용, 비례는 점수 미달시 공천 배제
지난 지선 땐 대구 만점자 단 2명, 기준 미달 탈락자도 발생
국민의힘의 6·3 지방선거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 기본서. 국민의힘 공천 신청자들은 이 기본서를 바탕으로 공부한 후 시험을 쳐야 한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생각보다 어려운데?"
국민의힘이 이번 6·3지방선거에서도 공직후보자 기초자격평가(PPAT)를 도입한다. '공천 전 도덕성 확인 시험' 정도로 생각했다면 예상이 빗나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PPAT 기출문항을 직접 풀어보니, 기초 상식이나 도덕성을 묻는 시험과는 거리가 있었다.
2022년 PPAT는 총 30문항으로 구성됐다. 공직선거법·지방자치법 등 기본 법률 지식과 함께 정당의 당헌·당규, 대북정책, 북한인권, 한미동맹 등 국민의힘의 가치 방향을 묻는 문항이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정책, 한미동맹 현황 등을 묻는 2022년 국민의힘 PPAT 문항. 정답은 각각 3번, 3번.
'문재인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에 대해 잘못 평가한 사람'을 고르는 문항은 대북전단금지법 제정,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 여부 등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사실관계와 정치적 맥락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접근이 가능했다.
한미동맹 현황을 묻는 문제에서도 한미연합훈련 축소,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렬, 쿼드(Quad) 참여 여부 등을 나열해 응시자가 가려내도록 했다.
시험이 국민의힘에서 추구하는 가치 중심으로만 짜인 것은 아니다. 기출을 유형별로 나눠보면 △당헌·당규 이해 △공직선거법 △당 정책 △지방자치 △자료해석·상황판단 등으로 구분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를 묻는 2022년 PPAT 기출문제. 정답은 3, 4, 1번.
시·도당 대의원 구성 요건이나 책임당원 인정 기준을 묻는 문제는 당 내부 규정을 정확히 숙지해야 풀 수 있었다. 또 공직선거법 매수·이해유도죄 판단은 실제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법 리스크'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법 관련 문제다.
공직선거법을 묻는 2022년 PPAT 기출문제. 정답은 각각 4, 3번.
지방자치법을 묻는 2022년 PPAT 기출문제. 정답은 각 4번.
조례와 규칙의 효력을 따지는 문항이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범위를 묻는 문제는 지방자치법 체계를 전제로 한다.
자료해석과 논리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상황판단 문제도 적지 않았다. 인구성장률 그래프를 보고 옳은 분석을 고르는 문제, 산업별 취업 현황 통계를 비교하는 문항은 전형적인 공직적격성평가(PSAT) 자료해석·상황판단 과목을 떠올리게 한다. 긴 지문은 수능 국어 영역과도 비슷했다.
대한민국 인구성장률 그래프를 분석해야 하는 2022년 PPAT 문항. 정답은 2번.
상황판단 영역의 2022년 PPAT 문항. 정답은 1번
기자가 실제 시험과 동일하게 시간 제한을 두고 30문항을 풀어본 결과, 절반 이상은 선택지 간 차이를 바로 가려내기 쉽지 않았다. 도덕적 가치 판단을 묻는 '쉬운 난이도'의 문제일 것이라 예상했다가, 막상 풀어보니 법 조문과 정책 맥락, 판단력을 종합적으로 요구하는 문항이 상당수였다. '형식적 시험'이라 보기에는 체감 난이도가 상당했다.
올해는 2022년 당시 없던 '보수정부의 역사'와 헌법 관련 문항 등이 추가되면서 난이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총 32문항으로, 4지 선다로 구성됐다. 당은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신청자는 경선 시 점수대 별로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며, 비례대표 광역의원·기초의원 신청자는 각각 70점 미만, 60점 미만을 받으면 공천 배제 대상이다.
당은 PPAT에 대해 "공천 과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비례대표의 경우 일정 점수 미달 시 공천 과정에서 배제되는 만큼 시험의 실질적 영향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관계자는 "출제 범위는 역량 강화 교육 영상과 기본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제한하므로,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22년 시험에서 대구지역 '만점자'는 총 2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준 점수 미달로 공천 부적격자가 된 사례도 있었다.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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