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얼마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피고인을 내란 우두머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밝힌 판결문에 흥미로운 대목이 눈에 띄었다. 바로 대통령과 의회가 갈등을 일으킬 때 선진국의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을 언급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 판사는 의회가 상·하원으로 나뉘어 의회가 신중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선거에서 의원들의 일부만 교체하도록 해서 급격한 의회구성의 변화를 막는 장치가 있다고 했다. 바로 미국의 경우였다. 지 판사는 또 대통령 등 행정부 수반에게 의회해산권을 부여해 갈등을 해결하는 국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프랑스의 경우다. 물론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거나 의회가 내각을 불신임하는 제도가 기본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치른 총선에서 집권당인 자민당이 압승을 거둔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과거 유신헌법과 5공화국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의회해산권을 부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헌법은 대통령의 독재를 막고자 이를 폐지하고 대통령은 법률안거부권으로만 의회를 견제토록 했다.
돌이켜보면, 1987년 민주화 당시에는 어느 한 정파가 의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가정을 상정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정치권이 노태우 세력과 3金 세력으로 나뉘어져 여러 정파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던 때였다.
그후 한국정치권은 보수와 진보세력으로 양분됐지만, 어느 한 세력이 입법권을 독점하는 수준(300석 중 180석 이상)에 이를 것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특히 국민의 30~40%가 지지한다는 보수정당이 총선에서 참패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상식을 뒤엎고 보수세력을 위기에 몰아넣은 정치인이 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석열은 2024년 총선 당시 한때 여당이 과반을 넘길 것이란 간신배들의 분석에 도취됐는지, 해병대 일병 사망사고와 의료대란 대응에 완전히 실패해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그 결과 국민들은 범진보세력에 190여석을 몰아줘 여소야대의 국회를 탄생시켰다.
윤석열은 더 나아가 당시 총선에서 그나마 110여석의 의석으로 개헌과 탄핵만큼은 저지하라는 국민들의 뜻마저 배신했다. 2024년 12월3일 친위쿠데타를 일으켰다 실패해 행정부 권력마저 진보세력에게 헌납한 것이다.
이제 행정권과 입법권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 정권은 거침이 없다. 민주당은 최근 국회에서 재판소원, 대법관증원, 법왜곡죄 등 사법 3법마저 통과시켜 사법권마저 장악하는 수순이다.
하지만 검찰개혁 때의 검사들처럼, 법관들의 저항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항의의 뜻으로 사퇴했지만 대법관으로 복귀하는 것뿐이다. 아직까지 법복을 벗고 이를 막겠다는 판사는 단 한명도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80년 사법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사법부 불신을 외면하고 개혁을 외면해온 자업자득의 결과"라며 냉소적이다.
'사법 3법은 헌정종말'이라고 외치는 국민의 힘도 무력하긴 마찬가지다. 장동혁 체제는 여당 견제와 지방선거를 포기한 듯, 연일 내분(內紛)에 '윤어게인' 타령이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에는 이재명 정권의 3권장악 '신세계'가 열리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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