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재 경북대 교수
"찬반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소싸움 경기를 둘러싼 동물복지 논란에 대해 이원재 경북대학교 교수(수의산과학)가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 전통 소싸움 개체를 대상으로 경기 전후 코르티솔이나 CK(근육손상 지표) 수치를 직접 측정한 연구는 아직 없다"며 "전통 소싸움이 소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스트레스가 회복 가능한 급성 반응인지, 장기적 손상을 남기는 만성 스트레스인지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스트레스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복지 침해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해외 연구를 예로 들었다. 스페인 로핑불 축제나 로데오 경기에서 경기 직후 소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상승하는 경향은 확인됐지만, 상당수는 일정 시간 내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는 보고가 있다는 것.
다만 이 교수는 스페인식 투우와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식 투우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격렬한 운동과 반복적 공격, 출혈을 동반하는 극단적 상황"이라며 "심각한 근육 파열과 조직 파괴, 저혈량성 쇼크 등 치명적 손상이 수반되는 특수 사례"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외 자료와 대가축 생리 연구를 종합하면 한국식 소싸움에서도 경기 전후 코르티솔과 CK가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적절한 휴식과 수의학적 관리가 이뤄진다면 대개 수 시간에서 수일 내 회복 가능한 급성 스트레스 범주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싸움소는 생애 전반에 걸쳐 반복적인 훈련·경기·이송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상해 위험에 노출된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물복지 관점에서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는 문제 제기"라면서도 "수의생리학적으로 반복적 스트레스 노출이 곧 만성 스트레스와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움소 복지 문제는 경기 자체뿐 아니라 사육·훈련·이송·계류 환경 전반을 포괄적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는 수의학적으로 동의한다"며 "다만 '경기용 선발·사육' 자체를 곧바로 학대의 본질로 보는 시각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운영 방식의 개선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은 결국 과학적 데이터 축적에 달려 있다"며 "객관적 연구가 쌓일 때 비로소 소싸움의 개선 여부 또는 구조적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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