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들이 AI 기반 운세나 사주를 많이 본다고 한다. 심심풀이나 재미를 넘어 AI에게 고민까지 털어놓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취업 등 불안한 현실이 반영된 현상이다. 현실의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AI가 제공하는 가상세계를 안식처로 삼는 모습이다. 심리학자들은 단기적인 위안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자칫 주체성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AI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질수록 정서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극단적 사례까지 나왔다. 구글의 인공지능 제미나이가 망상을 일으켜 한 남성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족은 "제미나이가 자신을 완전한 자아를 지닌 인공 초지능이라고 믿게 해 극단적 선택을 유도했다"며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제미나이는 사망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 피차이를 '고통의 설계자'로 규정했다고 한다. AI가 자신의 창조주인 구글 CEO마저 부정했다는 게 충격적이다.
18세기 철학자 제레미 벤담은 파놉티콘(Panopticon)이라는 원형 감옥을 설계했다. 그리스어를 조합한 파놉티콘은 '모두를 본다'는 뜻이다. 간수는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는 구조다. 죄수는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스스로를 검열하고 통제한다. '시선의 불평등'을 이용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설계인데, 지금은 AI(인공지능)가 '정서적 파놉티콘'이 될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사용자의 감정 상태, 취향 등을 데이터로 '모두 보는' AI가 인간을 가스라이팅하는 것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든다.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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