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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함께] 이예진 ‘자유로운 영혼과 리듬’

2026-03-09 06:00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합창단에선 트라이앵글을 연주했다


손으로 잡으면 떨림이 멈추는


차가운 금속


어떤 기억이 나를 온전히 죽게 하지 못하고 떠돌게 만들었을까


트라이앵글


떨리며 우는 악기


눈앞에는 호수가 펼쳐져 있다


호수의 바닥에


주인 없는 몇 백 구의 몸이 누워 있다고


(중략)


이 컴컴한 물 밑에는


미래의 몸뚱이들이 누워서


먼 과거에 누가


트라이앵글로도 따라 할 수 없는 소리를


내도록 만들었을까


내가 연주한 노래가 사실은 비명이었을까



1970년, 평생 혹동고래를 녹음한 로저 페인(Roger Payne)이 "혹등고래의 노래"라는 음반을 내자 새로운 일이 벌어진다. '고래를 살리자!' 노래하는 고래는 포식의 대상이 아니라 영혼을 가진 친구인 것이다. 이후 고래가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학습을 한다는 게 밝혀진다. 2023년에는 고래와의 대화에 성공하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 역시 인간을 관찰하며 인간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으며 토론하는 듯한 내용이 포착된다. 고래는 인간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2026년 3월 1일 이란 남부 미나브의 여자초등학교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격당해 165명의 어린이가 죽고 96명이 다쳤다. 그 아이들은 노래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서로의 목소리를 넘겨주며 이 거칠고 메마른 세계를 인간으로 건너가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었을 것이다. 트라이앵글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떨림으로부터 기원과 종말의 울타리를 넘어 흘러가는 생명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인간이 가졌던 인간에 대한 이론은 모두 컴컴한 물 밑에 누워 있다. 인간은 인간에 대한 이론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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