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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그단새]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 30년

2026-03-10 06:00
안도현 시인

안도현 시인

연어라는 물고기의 생태를 잘 모를 때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를 썼다. 자기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는 연어의 생태는 신비로웠지만 문장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낱 물속에 사는 물고기의 하나인 연어가 어느 날 문득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연어는 자신이 헤엄치는 강물과 강변의 풀꽃들을 모두 이해해야 연어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고, 위에서만 보지 말고 옆에서도 연어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연어'를 쓰면서 연어에게 배운 게 많다. 1996년 내가 서른여섯 살 때였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은 모순된 표현이다. 소설에도 동화에도 속하지 않는 글, 어른도 읽을 수 있고 어린이도 읽을 수 있는 글, 이미 정해진 장르의 체계 너머,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와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이 낯선 형식을 기꺼이, 오래 받아준 독자들께 감사를 드린다. 덕분에 30년 동안 160쇄를 찍었고 해외 11개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기도 했다.


책을 출간한 지 일년 후 IMF 외환위기가 닥쳤고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과 가게 문을 닫고 파산하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가수 강산에씨는 한 방송사로부터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청을 받았다. '연어'를 읽으면서 영감을 받아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만들었다. 그는 2007년 100쇄 기념 콘서트에 출연해 주었고, 나는 뒤풀이 자리에서 그에게 말했다. "그 노래가, 그 힘찬 연어들이 지치고 주저앉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웠지요."


연어의 모천회귀라는 서사는 이제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제일 힘주어 말하고 싶었던 문장이 있다. "그래.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지." 나는 '연어'를 읽는 독자들이 이 배경으로서의 삶에 주목해 주기를 은근히 바랐다. 주체를 중심에 놓고 사고하고 행동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때에 나 아닌 다른 것들, 즉 객체의 마음을 헤아려 보자고 말을 걸고 싶었다. 조금 느려도 다정한 시간이 있다면, 조금 불편해도 아늑한 장소가 있다면, 조금 거칠어도 맛있는 음식이 있다면 거기에 나 아닌 누군가가 반드시 함께 있어야 한다. 둘러보면 연어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음식점들도 예전과 달리 부쩍 늘었다.


나는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에게 배운 대로 40년만에 모천으로 돌아왔다. 고향이라는 곳이 그저 따스하고 익숙한 곳만은 아니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었던 예천 방언은 신기한 부족의 방언 같고, 세상을 보는 눈과 정치에 대한 관점이 나하고 많이 다른 이웃도 많다. 은모래가 가득하던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인해 수량이 줄어들었고 험상궂게 풀숲으로 바뀌었다. 아파트에 살다가 마당이 있는 집에 살면서 여전히 배워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나는 매사가 어설프고 서툴다는 걸 잘 안다. 나를 더 낮추고 목소리를 더 낮추어야 한다.


30년만에 출판사에서 '연어' 개정판 출간을 준비한다고 한다. 삽화를 바꾸고 책의 체제를 전면적으로 수리할 거란다. 봄이 왔으니 내가 할 일은 따로 있다. 나무시장이 문을 열면 구해야 할 목록을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 사과나무 4, 복숭아 3, 엄나무 6, 영산홍 20. 이만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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