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완 유메타랩 대표
요즘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부쩍 자주 들린다. AI에게 원하는 것을 말로 설명하면 코드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개발 방식을 말한다. 기획서를 붙여넣으면 화면이 나오고, '로그인 기능을 추가해줘'라고 말하면 그게 실제로 구현된다. 개발 지식이 없어도 된다. 필자는 1년 전, 바이브 코딩 프로그램 '커서 AI'를 다룬 책을 최초로 펴내며 이런 시대가 온다고 떠들었다. 개발자인 필자에게조차 당시엔 그 말이 과하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그냥 왔다. 그 결과가 지금 곳곳에서 보인다. 운세 앱, 루틴 관리 앱, 상담 앱. 아이디어만 있으면 며칠 안에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많은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자꾸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누구나 앱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 누구나 혼자서 수익화나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번역되고 있다. '핵개인'이니 '솔로프리너'니 같은 말들이 시대정신처럼 떠돌고 있다. 조직은 낡은 것이고, 혼자가 곧 자유이며 효율이라는 분위기다. 필자는 그 번역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AI로 만들 수 있다'와 '누구나 AI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전자는 사실이다. 도구가 민주화됐고, 진입장벽은 낮아졌다. 하지만 후자는 다르다. 제대로 수익화가 가능한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만드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능력들이 필요하다. 시장을 읽고, 피드백을 흡수하고 상품에 반영하며,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지치지 않을 리소스를 유지하는 것.
이것들을 한 개인이 동시에 감당하기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앱을 만드는 것 역시 AI의 도움을 받으면 혼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앱이 실제로 사람들의 삶에 닿으려면, 전혀 다른 종류의 질문들과 마주해야 한다. 다양한 관점이 부딪히고, 서로의 맹점을 채워줄 때 비로소 더 나은 결정이 나온다. 물론 혼자서도 잘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예외를 시대정신으로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금 유행하는 담론은, 어떤 면에서 도구의 민주화가 만들어낸 착시다. AI 덕분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뜻이지,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잘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수록,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혼자 결정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AI 시대에도 조직은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지금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도구가 강력해질수록, 그 도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쓰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서로의 판단을 검증하고, 실패를 나눠 감당하는 구조. 그것이 조직이다.
훌륭한 개인들이 협력하는 조직이 되어야 비로소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 혼자 앱을 만드는 것과, 그 앱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멀다. 그리고 그 거리를 좁히는 데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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