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구 및 경상권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신청 모습. 로그인 화면부터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고 여러 서류를 첨부해야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 한 해는 국내적으로 한 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쏟아지는 정치 기사 속에서 시민들은 평소 믿어왔던 상식마저 스스로 검열해야 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평소 근현대사 서적을 탐독하고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듣던 필자는 지난 12월부터 우리 역사를 공부하며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하, 한능검) 도전을 결심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능검은 현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가 응시하려 한 시험은 오는 2월7일 예정된 제77회 시험이었다. 대구 및 경상권 접수가 시작된 지난 1월8일 오전, 이른바 '접수런'이라 불리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필자 역시 며칠 전 회원가입을 마치고 당일 오전 9시부터 만반의 준비를 해 10시 정각에 로그인을 시도했으나, 이미 화면에는 '15분 대기'라는 안내가 떴다.
기다림 끝에 정보를 입력하려 했지만 더 큰 장벽이 가로막았다. 장애 시민을 위한 편의 제공을 신청하기 위해 복지카드나 장애인 등록증 사본을 첨부해야 했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상황에서 해당 서류를 챙겨 접수를 이어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결국 이번 회차 접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본 원인은 서버 부족에 있지만, 장애 수험생에게는 고사장의 접근성 문제도 심각하다. 대구 지역 고사장 12곳 중 경사로가 설치된 곳은 7곳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급수에 따라 장소가 제각각이라 비장애인보다 응시 환경이 훨씬 열악하다. 시험의 공정성은 문제의 난이도뿐만 아니라 접수와 고사장 도착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보장돼야 한다.
국가기관이 주관하는 시험이라면 장애 시민이 느끼는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5월에 있을 다음 시험에서는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꼭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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