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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일의 방방곡곡 길을 걷다] 남해 연화열도 우도

2026-03-13 06:00
우도 강정길에 있는 용강정 전망대. 해돋이 명소이고 단애의 절벽과 수려한 해식애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우도 강정길에 있는 용강정 전망대. 해돋이 명소이고 단애의 절벽과 수려한 해식애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여객선은 11시에 떠나네. 부웅부웅 울리는 뱃고동 소리도 없이. 부두가 점차 멀어지자, 동양의 나폴리 통영은 미항(美港)의 얼개를 드러낸다. 자다가도 일어나 가고 싶은 통영 바다. 물결은 잔잔하고 하늘보다 더 짙푸른 물색은 눈에까지 번져 사파이어 빛으로 흩어진다. 뭐니 뭐니 해도 통영은 문예와 음식 맛에 혼을 빼앗기는 고장이다. '토지'와 '김 약국의 딸들'을 지은 소설가 박경리, 미국 교과서에 실린 단편 '꽃신'의 작가 김용익, 봉선화 시조 시인 김상옥, 꽃의 시인 김춘수, 현대 음악의 거장 윤이상, 색채의 마술사 화가 전혁림, 조각가 심문섭, 나전칠기 명장 김봉룡 등 통영이 배출한 문·예인은 부지기수다. 그리고 충무김밥과 오미자 꿀빵은 통영 여행을 즐겁게 하는 주전부리이다.


또 통영에 오면 반드시 찾아봐야 할 세병관의 세병(洗兵)은 은하수를 끌어와 병기를 씻는다는 뜻으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병기를 손질한다는 정서에서 한울님을 섬겨온 백의민족의 얼을 엿볼 수 있다. 천재 시인 백석은 '통영'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서 뿡뿡 배가 울고'라고 읊었다. 흘끔 봐도 보이는 통영이다.


아랫막개 들머리 토박이 강정길. 우도의 명작 옛 오솔길을 이용한 트레킹 로드다.

아랫막개 들머리 토박이 강정길. 우도의 명작 옛 오솔길을 이용한 트레킹 로드다.

또한 통영은 동백꽃이 유명하다. 시인 김춘수는 동백을 산다화로 부르며 많은 시를 썼다. 그의 시 '처용 단장'에 보면 '눈은 라일락 새순을 적시고 피어나는 산다화를 적시고 있었다. 미처 벗지 못한 겨울 털옷 속의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 그날 밤 잠들기 전에 물개의 수컷이 우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고 써 있다. 지금 여객선은 일찍 눈을 뜨는 남쪽 바다를 씨억씨억 헤쳐가고 있다. 검푸른 파도의 라인댄스, 갈매기 비행하는 묵시의 바다. 통영 명소, 시조 시인 김상옥 거리로 불리는 오행당 골목. 거기 저마다 애틋한 그리움이 배여 있는 시 '봉선화' '달밤'마저 저 겨울 바다가 앗아가버린다. 이윽고 우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통영 미륵산에서 보이는 섬의 모습이 소가 누워있는 형태와 닮았다고 소 섬이고, 한자명 우도(牛島)이다.


아랫막개(아랫마을) 들머리 토박이 강정길로 들어선다. 마르지 않는 여뀌 풀 같은 오솔길에 동백나무 숲 즉 동백꽃 터널이 있어 멈추어 선다. 추운 날씨임에도 우도 동백꽃 때깔이 얼마나 고운지 감탄한다. 활짝 핀 동백꽃 추울수록 더 붉게 피는 꽃. 짠 바닷바람이 불기라도 하면 흔들리고 흔들리며 보는 이의 감정에 첨벙첨벙 떨어지는 진홍빛 낙화의 파문. 관자놀이를 뛰게 한 동백꽃 물결이 미간까지 넘실거린다. 이어 반하도와 연결된 보도교가 나온다. 수목이 울창하고 꽃이 만발하게 피는 섬이라 반하도라 한다. 간조 시 우도 여울목에서 건너갈 수 있다. 우도가 어미 소라면 반하도는 미쁜 송아지일 것이다.


우도의 명소 용강정 전망대. 울룩불룩한 바위 위에 나무 받침대 거섶과 벤치 두 개만 덜렁 놓여 있다.

우도의 명소 용강정 전망대. 울룩불룩한 바위 위에 나무 받침대 거섶과 벤치 두 개만 덜렁 놓여 있다.

이어지는 강정길로 방향을 튼다. 잡티 없이 청정하다. 살아오면서 찌던 땟국물이 다 씻어지는 듯하다. 그러고 용강정 전망대에 도착한다. 울룩불룩한 바위 위에 나무 받침대 거섶과 벤치 두 개만 덜렁 놓여 있다. 그러나 해돋이 명소이고 비할 바 없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다. 순결한 겨울 바다, 시선을 베어버리는 하늘 그 빛의 자객들, 단애의 절벽과 수려한 해식애, 기암괴석을 바라보는 눈꺼풀이 파르르 경련한다. 멀리에는 섬들이 비진도 장사도 누렁섬이 해무 속에 아슴아슴하다. 용강길은 검불이 빼곡한 숲길이다. 도중에 당집이 있다. 동제를 지내는 집이다. 이곳에서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기원한다. 당집은 소박하고 리얼했다. 인간 생존 무대는 희비 쌍곡선이 촘촘하게 사이클을 그린다. 삶의 공식이다. 섬사람은 자신 안에도 당집을 짓고 고뇌를 벗는 기원을 했을 것이다.


우도의 몽돌 해안과 철썩이는 파도 구멍섬의 비경. 목섬은 간조 시 섬과 섬 사이의 여울목이 목과 같이 드러난다.

우도의 몽돌 해안과 철썩이는 파도 구멍섬의 비경. 목섬은 간조 시 섬과 섬 사이의 여울목이 목과 같이 드러난다.

고메길로 접어든다. 옛 지겟길로 아열대 나무 냄새가 코를 비트는 숲길이다. 어느덧 몽돌해수욕장에 닿았다. 우도 제1경인 해변이다. 가까이는 우도의 명물 구멍섬과 목섬이 있다. 그리고 쪽빛 바다 멀리 추도 연대도 외부지도 등 많은 섬이 보일 듯 말 듯 가뭇하다. 구멍이 많아 구멍섬으로 부르는 그 섬 하단의 큰 구멍은 기이하며 소름이 돋는 비경을 만든다. 목섬은 간조 시 섬과 섬 사이의 여울목이 목과 같이 드러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얕은 잠을 자는 예쁜 섬이다. 물때만 맞으면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몽돌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칠게를 잡으려고 돌을 들어 올리는 순간 칠게는 어느새 달아나버린다. 얼마나 재빠른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바닷가에는 백패커들을 위해 텐트를 칠 수 있는 기다란 데크가 있다. 거기에 잠시 앉아 보는 다도해 풍경에 넋이 나가버린다. 섬 멍 바다 멍이다. 몽돌 해안에 파도가 끝없이 밀려와 하얗게 부서진다. 저 하얀 포말은 시간의 유령이다. 덧없음과 불멸의 영원한 현재다. 이곳에는 펜션과 편의점이, 카라반과 글램핑 형태의 숙소도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인적은 끊어지고 을씨년스러운 몽돌밭을 그냥 오명가명하고 있다.


우도의 몽돌 해안과 백패커들이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제1 비경인 구멍섬과 목섬의 아름다운 풍경.

우도의 몽돌 해안과 백패커들이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에서 바라본 제1 비경인 구멍섬과 목섬의 아름다운 풍경.

울막개(윗마을)로 나오려면 작은 고개를 넘어야 했다. 언덕배기 언저리에 큰 물탱크 두 개가 있다. 우도는 물이 귀해 대형 물탱크로 물을 저장해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여기서 서쪽으로 8㎞ 떨어져 있는 욕지도에서 바다 밑 상수도관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깜짝 놀랄 일이다. 우리나라 국력 기술이 이렇게 발달했다니 화들짝 놀랄 수밖에. 부근에는 400년 된 생달나무(계피나무) 2그루, 500년 나이테의 후박나무 1그루가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344호로 지정된 세 그루 나무는 경외심을 일으키는 서낭 고목이다. 돌아 나와 꽃사슴 체험 농장을 지나 비탈길을 내려가니 드문드문 외주물집이 있다. 윗마을이다. 가가호호 갈매빛 물탱크가 있다. 바라보는 눈길이 초록 물에 젖어버린다.


일광욕하는 마을 아래 우도항이 보인다. 한 번 더 작은 고개를 넘자 디자인 공공마을과 귀촌인 마을인 아랫마을이다. 군데군데 손바닥만 한 텃밭이 개간되어 있다. 계절이 돌아와 저 밭에 해바라기 씨를 뿌려 자라면 고흐의 해바라기 그림이 될 텐데. 우도 이장이고 어촌계장인 김강춘·강남연 부부가 운영하는 우도의 단 한 곳, 송도호 식당에 들어간다. 최근 '인간극장' '한국기행' '한국인의 밥상' 등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등장해 유명해진 곳이다. 대표 메뉴는 해초 비빔밥이다. 이른 저녁이지만 섬 탐방에는 맛 기행도 있어, 선뜻 해초 비빔밥을 시켰다. 갯바위에서 직접 따낸 돌가사리 돌미역 톳 홍합 등 해물 반찬이 푸짐하다. 난생처음 거북손 맛도 보았다. 음식마다 곰살궂은 부부의 손맛이 담겨 있다. 다르지만 과연 그럴까. 오늘은 맛 기행의 꼭지를 따는 날이다.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해상다리 연우교에서 본 우도항의 평화로운 풍경.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해상다리 연우교에서 본 우도항의 평화로운 풍경.

느긋한 포만감으로 여객선 터미널로 향한다. 배 시간이 남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거닌다. 불교 성지인 연화도와 직립으로 있는 구멍섬 목섬 우도를 연화열도라 부른다. 그런 탓인지 본성을 찾아가는 내비게이션 십우도가 생각에서 떠나지 않는다. 본래의 자유로운 나를 찾아가는 십우도 여행, 나는 매 순간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목동인지 모른다. 융도 '네 안에 있는 도토리를 키워서 도토리나무를 되게 하는 게 너의 여정이다' 했다. 여객선이 들어오고 있다.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그리고 바다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에 소 섬의 코뚜레를 꿰면서 여객선에 오른다.


글=김찬일 시인·방방곡곡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양재완 여행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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