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구미역 영스퀘어 1층 '웨딩테마라운지'에서 스몰웨딩에 대한 설명을 듣고있다.<백종현 기자>
지난 주말에 대구의 최고급 호텔 웨딩홀 상담실. 내년 봄 예식을 꿈꾸며 견적서를 받아 든 예비신부 이모씨(29)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식대 인당 11만원, 기본 꽃장식과 대관비용은 2천만원.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는 800만원, 여기에다 일부 옵션을 선택한 결과 결혼식장 비용은 6천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씨는 "축복받아야 할 결혼이 거대한 빚의 시작처럼 느껴져 호텔 문을 나서는데 숨이 막혔다"고 털어놨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에게 '웨딩 인플레이션'은 엄살이 아닌 생존 전쟁이다. 결혼 비용의 수직 상승은 청년들에게 결혼은 '선택'이 아닌 '포기'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평균 결혼 서비스 예상 비용은 2천1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커피 한 잔 값에 예식장 대관
구미시가 청춘남녀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웨딩 카르텔'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허례허식에 매몰된 예식 문화를 벗어던지고 실질·합리적인 '구미형 결혼 정책'으로 청년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서다.
결혼 비용 고통 분담의 중심에는 구미역 영스퀘어 1층에 자리 잡은 '웨딩테마라운지'가 있다. 이곳은 지난 1월 문을 연 이후 상담소를 넘어 예식이 가능한 '공공예식장'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가장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가격이다. 민간 홀 대관료가 수백만 원을 호가할 때 이곳 대관료는 시간당 단돈 1만 원이면 충분하다. 이벤트홀과 전문 촬영 스튜디오도 모두 갖춰 '작지만 알찬 결혼식'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최적의 장소로 떠오른 것이다.
결혼을 앞둔 청춘남녀가 구미역 영스퀘어 1층 '웨딩테마라운지'에서 스몰웨딩에 대한 설명을 듣고있다.<백종현 기자>
◆스몰 웨딩에 300만원 쏜다
'웨딩테마라운지'는 경험 공간 제공이 끝이 아니다. 구미시는 하객 100명 이하의 '작은 예식'을 올리는 부부에게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 지원금' 300만 원을 현금으로 준다. 공공예식장은 물론 부부의 추억이 깃든 식당이나 카페에서 예식을 진행해도 동일한 혜택을 준다. 호텔 예식의 꽃값 한 조각에 불과한 비용으로 예식을 치를 수 있도록 '실탄'을 보급하는 셈이다. 세밀하게 밀착 지원할 8쌍의 주인공을 찾고 있다.
결혼식 이후 '청년 연착륙' 지원책도 눈에 띈다. 구미시는 경제적 기반이 약한 20대 신혼부부 84가구에 100만 원의 혼수비를 지원하고, 2025년 이후 혼인신고를 마친 근로 청년 400가구에는 청년근로자 장려금(구미사랑상품권 100만원)을 지원한다.
◆청년 주거 사다리에 2억원까지 이자 지원
구미시는 결혼의 또 다른 걸림돌인 '주거 문제'에도 과감한 메스를 댔다.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정책'을 통해 최대 대출금 2억 원까지 연간 5.5%까지 이자를 대납해준다. 고금리 시대에 신혼부부가 체감하는 이자 부담을 '제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다. 소득 기준별로 월 최대 30만 원까지 월세를 2년간 지원하는 단기 주거 정책도 병행한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결혼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은 지자체가 책임져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구미 청년들은 돈 걱정 없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체감형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했다.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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