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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물속에서는 직감보다 책임이 먼저입니다”

2026-03-16 22:20
백민규 전 경북수난구조대 회장

백민규 전 경북수난구조대 회장

-15년 미제의 끝에서 만난 구조 철학, 백민규 전 경북수난구조대 회장

안동댐 호수는 깊고 말이 없다. 수심 30m 아래,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백민규(55) 전 <사>경상북도수난구조대 회장은 그날도 조용히 몸을 맡겼다.


수상 구조물 설치 작업 중 실수로 빠뜨린 사다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늘 반복하던 잠수였지만, 그날의 선택은 15년 동안 풀리지 않던 실종 사건의 끝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5월 18일, 백 회장은 안동댐 인근에서 잠수 작업을 하던 중 호수 바닥에서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그는 즉시 관계 기관에 알렸고, 다음 날 119구조대가 시신을 인양했다. 국과수 유전자 감식 결과, 시신은 2010년 8월 실종된 안동의 한 학교 교감 A씨로 확인됐다. 딸의 유전자와 99.9999% 일치했다. 고인은 1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 부모 곁에 안장됐다.


이 공로로 안동경찰서는 백 전 회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정근호 안동경찰서장은 "자칫 미궁에 빠질 수 있었던 장기 미제 사건 해결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시신이 유족에게 돌아가 장례까지 치를 수 있도록 한 공로는 사회가 오래 기억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백 전 회장은 공적을 앞세우는 대신 현장을 이야기했다. "사다리를 한 번 더 놓쳤고, 다시 내려갔습니다. 그 순간에는 이유를 따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는 "현장에서는 판단보다 책임이 먼저 온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경험을 전하면서도 목소리는 담담했다. 감정은 설명의 대상이 아니고, 결과만이 현장을 증명한다는 태도였다.


이러한 인식은 그의 이력에서 비롯됐다. 백 전 회장은 경북수난구조대 구조대장과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수난사고 현장을 지휘하고 직접 구조 활동에 참여해 왔다. 구조대 운영 전반을 총괄하며 대원 교육과 훈련을 체계화했고, 유관 기관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재난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다졌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는 한국수상레저안전연합회 경북제2(안동) 조종면허 지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상레저 조종면허 운영과 안전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조종면허 종사자 평가(실기·이론) 업무와 관련해 시험장과 시험선 제공, 현장 운영 지원, 안전 관리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왔다.


백 전 회장은 "조종면허 시험은 공정성과 신뢰가 생명"이라며 "시험 환경이 흔들리면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도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집행을 위한 운전자 지원과 현장 안전관리에 적극 협조하며, 조종 면허 제도의 공신력 제고와 해양경찰의 행정 부담 경감에 기여해 왔다.


2017년부터는 동력수상레저기구 안전검사대행 검사원으로 활동하며 정기·수시 검사를 통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있다. 관련 법령과 안전 기준에 따른 철저한 검사를 통해 사고 가능성을 낮추는 한편, 검사 과정에서 이용자들에게 안전 수칙과 장비 관리 요령을 설명하며 자발적인 안전 의식 향상에도 힘써 왔다.


2018년부터는 울진해양경찰서 수상레저 안전 리더로 위촉돼 성수기와 취약 시기를 중심으로 현장 안전 지도와 계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이후 매년 울진해양경찰서 주관 동력수상레저기구 무상점검 안전 캠페인에도 검사원으로 참여해 성수기 이전 사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그의 역할은 이어진다. 2015년부터 안동과학대학교 외래교수로 활동하며 수상레저와 안전 분야의 실무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는 "현장은 교과서보다 빠르게 변한다"며 "그래서 더 정확한 기준과 책임감을 갖춘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전 회장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전국에서 격려 전화가 왔다"며 "유족이 장례를 잘 마쳤다고 연락해 왔을 때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구조는 끝났지만, 책임은 그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인식이었다.


그에게 구조는 영웅담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감동보다 질서가 먼저입니다." 안동댐의 깊은 물 속에서 백 회장이 끝까지 지켜온 것은 직감이 아니라, 내려가야 할 자리에 끝까지 내려가는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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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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