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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발언대]“군의원 없는 죽변의 목소리, 이장들이 짊어진 무거운 사명감”

2026-03-16 20:15

한수원 35년 근무 경력의 ‘원전통’으로 고향 죽변면 발전에 앞장
원전 지원금 제도 개선 및 레이더 기지 이전 등 지역 현안 해결 촉구

이윤덕 이장협의회장이 인터뷰 모습.<원형래기자>

이윤덕 이장협의회장이 인터뷰 모습.<원형래기자>

비릿한 바다 내음이 일렁이는 경북 울진군 죽변항. 15개 리에 5천800여 명의 주민이 터를 잡은 이곳은 동해안 어업의 요충지이자, 원자력발전소와 수소 국가산단이라는 국가적 현안이 맞물린 격변의 현장이다. 죽변 바다를 배경으로 마주한 이윤덕 죽변면 리장협의회장은 고향 바다를 닮은 단호한 목소리로 지역의 현실을 쏟아냈다.


이윤덕 회장은 한국수력원자력에서 35년을 근무한 자타공인 '원전통(通)'이다. 퇴직 후 평온한 은퇴 생활을 꿈꾸며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고령화된 마을의 현실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이장을 맡을 사람이 없다는 주민들의 요청에 그는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들의 손을 맞잡았다.


"신규입지부에서 신한울 부지 확보 업무를 맡았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습니다. 원전 지원 제도와 예산 구조를 꿰뚫고 있는 '원전통'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안을 설명할 수 있었고, 그것이 두터운 신뢰로 이어져 리장협의회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습니다."


이윤덕 이장협의회장이 죽변면 회의실에서  이장들과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원형래기자>

이윤덕 이장협의회장이 죽변면 회의실에서 이장들과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원형래기자>

이 회장은 인터뷰 내내 죽변의 독특한 행정 구조에 따른 사명감을 강조했다. 죽변은 원전 주변 지역임에도 지역구를 전담하는 군의원이 없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리장협의회는 단순한 행정 보조를 넘어선다.


"주민 의견을 전달할 정치적 창구가 부족하다 보니 군청의 주요 현안마다 리장협의회가 최전방 대변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군의원이 없는 죽변에서 리장들은 주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닿게 하는 유일한 가교이자 사실상의 정치적 창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원전 주변 지역 지원사업 예산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원전통인 그의 눈에 비친 예산 구조는 주민들의 체감 온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산의 70%가 반경 5km 이내에 배정되지만, 상당 부분이 학자금이나 반찬값 등 이미 사용처가 고정된 경식성 예산입니다.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대규모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구조죠. 집행하지 못하면 회수되는 규정도 걸림돌입니다. 장기적으로 지역의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도록 예산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죽변 3리에 위치한 군 레이더 기지는 지역 발전의 가장 큰 벽이다. 반세기 동안 죽변은 '고도 제한'이라는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건물을 4층 이상 올리지 못하니 번듯한 관광 호텔 하나 들어오기 힘듭니다. 주민들은 50년 동안 안보를 위해 재산권을 희생해왔습니다. 이제는 기술이 발전한 만큼 레이더 시설을 내륙으로 이전하거나 대안을 마련해 죽변의 앞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주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상생입니다."


향후 조성될 원자력 수소 국가산업단지에 대해서도 그는 뼈 있는 조언을 던졌다. 인구 유입의 기대감만큼이나 불투명한 로드맵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천억 원의 지원금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입니다. 행정과 지역민이 함께 20년, 30년 뒤의 죽변을 그려야 합니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지원금은 모래알처럼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울진의 100년 미래를 결정할 골든타임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는 길, 죽변항 위로 쏟아지는 노을 뒤로 주민대표의 무거운 어깨가 보였다. '원전통' 이윤덕 회장의 직언이 울진의 미래를 밝히는 또 하나의 등대 불빛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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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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