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재기자〈경북부〉
경주 부동산을 취재하다 보면 숫자와 체감이 자주 엇갈린다. 미분양이 줄었다는 자료가 나와도 동네에선 집이 안 팔린다는 말이 먼저 들린다.
최근 지역 아파트 전문 공인중개사에게서 들은 말이 그 차이를 설명했다. 신축이 몰린 신경주역 일대는 전세로 물량이 빠지고 회사 보유분이 전세 계약으로 소화되는 흐름이 있다. 남은 물량은 할인 분양으로 정리된다. 겉으로는 거래가 도는 듯 보이지만 전세와 할인이라는 통로로 신축 재고가 먼저 흡수되는 구조다. 시장이 뜨거워서가 아니라, 쌓인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거래의 모양이 달라진 셈이다.
대신 이 흐름이 닿지 않는 곳이 구축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고쳐서 살기엔 비용 부담이 크고 고쳐도 가격이 크게 뛰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수리비를 들이기보다 임대나 매매로 내놓지만, 임대도 매매도 잘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난다. 신축이 움직일수록 구축은 더 멈추는 온도차가 생긴다.
현장에선 이 대목이 더 구체적이다. 공인중개사는 "2억원대 집을 1억5천만원대로 낮춰 놓고도 리모델링에 2천만~3천만원을 더 얹는 순간 계산이 꼬인다"고 했다. 특히 "7~8층짜리 노후 아파트는 아예 손볼 생각을 접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서 그대로 임대를 놓거나 매매로 내놓지만 그마저도 거래가 끊기면 집은 시장에서 더 멀어진다.
경주지역 미분양은 2025년 12월 31일 기준 731가구(11개 단지 합계)로 집계됐다. 11월 773가구에서 42가구 줄었지만 외동읍 미소지움시티 60가구, 삼부르네상스 159가구가 미분양으로 잡혔다. 물량이 특정 권역에 상대적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같은 경주 안에서도 수요가 붙는 자리는 갈린다. 미분양이라도 신경주역세권은 교통과 생활권 확장이라는 기대가 겹치며 수요가 먼저 붙는 구역이다. 외동은 산업단지 배후 주거 성격이 강해 중개사들이 울산 생활권으로 묶어 말한다. 수요가 행정구역보다 생활권을 따라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컨드홈 특례를 두고도 현장 평가는 엇갈린다. 제도는 수요를 붙이겠다는 취지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다는 시각이다. 예전부터 은퇴 후에 경주로 내려오려는 수요가 있었고 제도 하나로 흐름이 급격히 커지진 않는다는 것. 체류 수요가 들어와도 미분양 적체가 심한 곳으로 곧장 연결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지방 시장은 미분양이 줄었느냐, 가격이 올랐느냐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신축 재고를 줄이는 정책과 할인은 분명 움직임을 만든다. 다만 그 움직임이 구축으로 번지지 않는다면, 숫자 개선과 체감 정체는 한동안 같이 갈 가능성이 크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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