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러디로 단종 복위 운동 역사 재조명
공무원 직접 배우로…딱딱한 관치 홍보 탈피
역사 유적과 비슬산 참꽃축제 잇는 ‘연계 마케팅’ 눈길
달성군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패러디해 제작한 홍보 영상 '육신사에 사는 남자(육사남)'의 한 장면. 영상에 출연한 달성군청 공무원들이 각각 엄흥도와 단종으로 분해 사육신의 위패를 모신 육신사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영남일보 DB>
조선 단종 복위 운동의 비극과 충절이 서린 대구 달성군 하빈면의 '육신사(六臣祠)'. 정막한 사당의 풍경이 최근 디지털 공간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달성군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패러디해 제작한 유튜브 콘텐츠 '육사남(육신사에 사는 남자)'이 화제를 모으면서다. 일반적인 패러디를 넘어, 박제된 역사 유산을 현대적 문법으로 재해석해 지역 관광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지자체의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무거운 역사 '이야기'로 풀어
이번 영상의 핵심은 '거리감 좁히기'에 있다. 사육신(박팽년·성삼문·이개·유성원·하위지·유응부)의 위패를 모신 육신사는 그간 엄숙한 유교적 성지로 인식돼 왔다. 달성군은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 공간에 영화적 서사를 덧입혔다.
영상 속에서 단종과 엄흥도 등으로 변신한 이들은 비장미 넘치는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짧은 호흡의 영상(숏폼)에 최적화된 연출로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육신사가 위치한 묘골마을의 고즈넉한 담벼락과 보물로 지정된 '태고정'의 건축미는 영상미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미장센이 됐다. 역사를 설명문의 형태가 아닌, 시각적 잔상으로 남게 한 전략이다.
◆'공무원 주인공'…홍보 문법 파괴
홍보 주체와 방식이 달라진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외부 용역업체나 유명 모델에 의존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달성군 소속 '2026 공직자 SNS 서포터즈'들이 직접 기획하고 출연했다.
행정 최일선에 있는 공무원들이 직접 캐릭터로 변신해 망가짐을 불사하는 모습은 관공서 특유의 경직된 이미지를 상쇄하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주는 동시에 지역 내부 구성원이 자기 지역의 자산을 가장 잘 이해하고 홍보한다는 진정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앞서 '파묘', '오징어 게임' 등을 패러디하며 축적된 달성군만의 콘텐츠 노하우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대구 달성군 유튜브 콘텐츠 '육사남'의 촬영 현장. 단종과 막동어멈 역을 맡은 달성군청 공무원들이 국가유산인 태고정(太古亭) 마루에서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영남일보 DB>
◆역사 유적에서 지역 축제로…'원 소스 멀티 유즈'
영상의 백미는 후반부 '쿠키영상'에 담긴 연계성이다. 육신사의 충절 서사로 시작된 영상은 자연스럽게 오는 4월 17일 개막하는 '제30회 비슬산 참꽃문화제' 홍보로 이어진다. 역사 유적지 홍보에서 시작해 지역 대표 축제 안내로 마무리되는 '1석 2조'의 구조다.
이는 개별 관광 자원을 파편적으로 알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콘텐츠 안에서 달성의 역사와 문화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는 시도다. 육신사와 하목정, 삼가헌 등 인근 문화유산을 방문한 이들이 비슬산의 참꽃 군락지로 발걸음을 옮기도록 유도하는 '관광 벨트화'의 디지털 버전인 셈이다.
◆콘텐츠가 지역 경제 마중물로
지자체의 이 같은 시도는 결국 '현장 방문'이라는 실질적 결과로 이어질 때 완성된다. 달성군은 영화 흥행과 연계된 이번 영상이 육신사와 묘골마을 일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역사와 전통은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이 향유할 수 있는 콘텐츠로 재가공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며 "영화를 통해 단종의 서사를 접한 국민들이 직접 육신사를 방문해 그 현장의 숨결을 느껴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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