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억 경북도 공항&투자본부장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활주로, 화물터미널 등 물리적 인프라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공항 경쟁의 본질은 단순한 하드웨어 확충을 넘어, 자본과 금융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의 공항은 물류 거점을 넘어 거대한 자본이 운용되는 글로벌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항공 금융(Aviation Finance)'은 항공기 리스, 정비(MRO) 연계 펀드, 물류 인프라 투자, 항공기 금융과 관련한 사모펀드(PEF)·벤처캐피털(VC)의 운용 등을 포괄한다. 더블린, 싱가포르, 두바이 등은 이러한 금융 구조를 기반으로 세계 항공기 리스 자본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대구경북신공항이 단순한 관문 공항을 넘어 아시아 신흥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항 경제권 배후에 글로벌 자본이 자유롭게 유입될 수 있는 '특화지대'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경상북도가 추진 중인 산업 대전환과 직결된다. 포항의 2차전지 및 첨단소재, 경주, 경산, 영천의 미래차 전장부품, 안동 등 북부의 바이오산업 등 지역의 핵심 산업들은 모두 대규모 자본투자와 글로벌 벤처의 참여가 요구된다. 신공항이 이러한 투자의 중심 플랫폼이 된다면, 물류비 절감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자본 유입이 지역 기업의 연구개발과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자생적 산업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일종의 공항 네트워크 도시들의 탄생이다.
반면 경쟁 환경은 갈수록 치열하다. 인천국제공항은 물류를 넘어 항공 금융과 제조, 서비스가 결합된 공항경제권으로 발전 중이고, 가덕도신공항 또한 항만과 연계한 복합물류체계를 앞세워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속에서 대구경북신공항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내륙형 보조공항으로 기능이 제한될 위험이 있다. 글로벌 자본은 투자 수익률과 정책 일관성이 보장된 곳을 선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와 '전략'이다. 국제 자본시장과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은 행정 절차가 지연되는 지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개항 시기, 규제 환경, 투자 인센티브 등 핵심 변수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글로벌 펀드와 항공 관련 기업은 타 지역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다. 한 번 형성된 자본과 물류의 흐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치밀한 설계와 사전 준비로 공항 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은 수도권 중심 구조를 넘어, 경북이 세계 시장과 직접 연결되는 경제 주체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다. 지역을 이륙시킬 강력한 엔진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불필요한 논쟁이 아니라, 공항과 배후 산업지대 완성을 향한 집중된 실행력이다. 공항 활주로 설계만큼 중요한 것은 자본을 유입시키는 금융 시스템과 투자유치 전략의 정교한 설계다. 원대한 꿈을 갖고 세밀한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그것이 경북 경제의 생존력을 높이고, 동북아 항공·금융 네트워크에서 확실한 위상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 해법이다. 꿈은 결국 준비하는 자만이 쟁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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