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가 지난해 대구시 보유의 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 스위트박스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라팍 스위트박스는 에어컨과 냉장고, TV 등이 설치된 프리미엄 좌석이다. 시즌권으로만 예매가 가능해 일반 시민의 이용이 어렵다. 시즌권 가격이 수천만원에 달한다. 시는 삼성라이온즈로부터 두 곳을 제공받았다. 시민의 혈세가 담긴 공공재인 셈이다. 조례가 제정된 지난해 8월부터 9월말까지 시 보유 스위트박스 활용 35회 중 14회가 시의회 몫이었다.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스포츠 취약계층에게 돌아간 기회는 단 3회뿐이었다. 공공재 배분의 순위가 이래도 되는가. 주인인 시민은 들러리로, 대리인인 시의회가 안방을 차지한 격이다. 시의회는 "스위트박스 활용 목적이나 현황을 수합한 것은 없다"고 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시의회가 공공 자산을 가장 많이 향유했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특권의 일상화이다.
시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공공 재산을 지키고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관리자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시의회를 '상전' 모시듯 떠받드는 행위는 비굴하기까지 하다. 시는 "올해는 시정 유공자나 취약계층이 더 많이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말에 그쳐서 될 게 아니다. 모호한 규정부터 손봐야 한다. 현행 조례는 '간담회 활용'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어 권력층의 사적 이용 빌미를 주고 있다. 조례의 본래 취지에 맞게 사회적 약자 및 시정 유공자에 대한 우선 배분을 명문화해야 한다. 시나 시의회가 간담회 장소로 스위트박스를 활용한다면 어떤 목적으로, 몇 명이나 이용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례가 정체불명의 간담회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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