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리학·기생충학 교수진 ‘구멍’…120명 신입생 교육 질 저하 현실로
2026년 정원 환원에도 남은 ‘숙제’…1년 내 개선 못 하면 ‘인증 취소’ 위기
따뜻한 봄 햇살이 비추는 동국의대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실습과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강의실과 실습실, 병원 현장을 오가며 미래 의료인으로 성장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분주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전한다. <그래프=생성형 AI>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몸집을 급격히 불렸던 동국의대가 의학 교육의 질적 수준을 검증하는 평가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입학 정원이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데 반해, 이를 뒷받침할 교수진 확보와 교육 인프라 구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전국 3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년도 주요변화평가'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이번 평가에서 동국의대는 건국대, 한림대와 함께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다. 이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가 우려돼 일정 기간 내에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인증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일종의 '시한부 인증' 성격이다.
◆'49명→20명→49명' 롤러코스터 정원에 인프라 '임계점'
동국의대 정원은 최근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024학년도 기준 49명이었던 입학 정원은 정부 방침에 따라 2025학년도 무려 71명이 증가한 120명으로 확정됐다. 기존 정원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하지만 2026학년도에는 다시 기존 정원인 49명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2025학년도에 입학한 120명의 신입생이 졸업할 때까지 제공받아야 할 교육의 질이다. 의평원은 대학이 제출한 주요변화계획서와 현장 실사 등을 바탕으로 'ASK2019' 기준 중 32개 핵심 지표를 점검했다. 동국대를 포함해 고배를 마신 대학들의 결정적 약점은 기초의학 분야의 '인적 자원' 부족이었다.
동국대의 경우 병리학과 기생충학 분야에서 각각 전임 교원 1명이 부족해 교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평원 한 직원은 "기초의학은 의학교육의 뿌리와 같음에도 필수적인 전임교수조차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확인됐다"며 "경주와 일산 두 곳의 교육 환경을 모두 충족할 만한 교수진과 실습 여건이 시급히 보강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원화 캠퍼스의 독(毒)…"25학번 120명 교육권 보장 비상"
동국의대의 경우 경주캠퍼스와 일산 바이오메디캠퍼스로 이원화된 교육 체계가 이번 증원 국면에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동국의대는 통상 예과와 본과 저학년 수업을 경주에서 진행하고, 고학년 임상실습은 경기 고양시 소재 일산병원을 중심으로 실시했다.
의료계는 2024학번과 20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현실화되면서, 경주캠퍼스의 강의실 부족과 기자재 확보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2026년에 정원이 다시 49명으로 줄었지만, 이미 입학한 120명의 학생을 위한 교수진과 시설은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동국대의 불인증 유예 기간은 올 3월부터 1년간이다. 이 기간 동안 대학 측은 병리학·기생충학 등 부족한 전임 교원을 신속히 충원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등 고강도 개선안을 이행한 뒤, 내년도 평가에서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의평원은 "대학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 정상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지만, 의대 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대학 본부와 재단, 그리고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파격적인 예산 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이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난해 1차 평가에서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던 울산의대, 원광의대, 충북의대 3곳은 이번에 '인증 유지'로 복귀하며 한숨을 돌렸다. 전북의대는 동국의대와 마찬가지로 불인증 유예 판정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지난 13일 재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대구시의사회 한 임원(필수의료 전문의)은 "의대 정원 확대는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인력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함께 가야 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학교육의 질 저하는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의 수준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정원 확대 정책을 재점검하고, 대학·의료계와 협의해 현실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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