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성강·방탄강 국산화 전격 성공
가벼운 방패가 만드는 전술적 우위
충격 흡수 58% 향상 경이적 수치
글로벌 시장을 향한 포스코의 ‘엣지’
기가급 강재로 K-방산 수출 견인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포스코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이진우 연구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기태 기자>
최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이 잇따라 피격되는 등 글로벌 해상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상적 항해조차 위협받는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서 적의 공격으로부터 함정과 승조원을 보호할 '강철 방패'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개발해 최근 한국선급(KR) 인증까지 마친 함정용 고연성강과 방탄강(영남일보 2월 13일자 11면 보도 등)은 K-방산의 심장인 해군 함정의 생존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지난 23일 오전, 포항시 남구 포스코 기술연구원에서 만난 이진우 연구원은 "강철은 단단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에서 혁신이 시작됐다"며 입을 뗐다. 그는 "적의 포격이나 예상치 못한 충돌에도 파손되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내어, 단 한 척의 함정도 침몰하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신소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연구원이 개발한 '고연성강'은 연신율이 기존 조선용 강재보다 35%나 높다. 원래 대형 해양플랜트의 안전을 위해 고안된 기술이었지만, 이 연구원은 이를 군사적 목적으로 확장했다. 그는 2000년대 이후 미 해군 함정들이 복잡한 해역에서 충돌 사고를 겪으며 작전 차질을 빚는 모습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졌다.
"함정은 고가의 장비와 수많은 장병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충돌 에너지를 유연하게 흡수해 파공(구멍)을 최소화한다면 사고 시 침몰을 막을 수 있죠. 이것이 곧 국방의 핵심 역량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연구원의 혜안은 적중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고연성강을 적용한 함정은 충격 흡수 능력이 무려 58%나 향상됐다. 단순히 소재의 수치를 넘어, 함정 설계 기술과 결합했을 때 나타나는 시너지가 팀원들조차 전율케 할 만큼 경이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함정용 고연성강과 방탄강을 적용한 차세대 함정 가상 이미지. <포스코 제공>
함정의 상부 구조물을 30% 경량화한 '방탄강' 개발 과정은 '가벼운 방패'를 만드는 고난도 과제였다. 일반적으로 강도가 높으면 깨지기 쉬워 용접이 까다롭지만, 포스코는 압연과 열처리 공정을 재설계해 미세 조직을 정밀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현장에서 즉시 사용 가능하도록 맞춤형 용접 기술까지 패키지로 개발하며 '시스템 차원의 혁신'을 이뤄냈다.
이러한 경량화는 함정의 전술적 가동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힌다. 이 연구원은 "상부가 가벼워지면 무게 중심이 낮아져 거친 파도 속에서도 복원력이 극대화된다"며 "줄어든 무게만큼 최첨단 레이더나 미사일 수직 발사대를 추가로 실을 수 있어, 같은 체급이라도 훨씬 강력한 무장을 갖춘 공격 플랫폼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미래 산업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 전통적인 철강 산업의 틀을 벗어나 방위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미래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장인화 회장님이 강조하신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특명을 수행한다는 자부심으로 연구에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포스코는 단순한 소재 공급자를 넘어 함정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해외 경쟁사들이 방호 수치에만 매몰될 때, 포스코는 설계 최적화와 용접 기술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토털 서비스'로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의 시선은 이미 다음 세대를 향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포스코가 준비 중인 차세대 '강철 방패'의 키워드로 '기가(Giga)급 강재'와 '초고연성강'을 꼽았다. 기가급 강재가 실현되면 상부 구조물뿐 아니라 선체 전체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압도적인 방호 성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선체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경량 방어막'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유연한 갑옷처럼 충격을 흡수하는 '초고연성강' 기술이 더해지면 우리 함정의 생존성은 차원이 다른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연구원은 "대한민국 해군이 거친 파도와 적의 위협 속에서도 완벽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더 가볍고 강력하며 유연한 소재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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