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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분석]“아이 ‘괜찮겠지’ 하다 늦는다”…소아신경 질환, 골든타임 놓치면 회복 어려워

2026-04-12 16:01

감염 질환 줄고 발달·두통 환자 증가…진료 흐름 ‘확연한 변화’
경련·발달지연은 조기 진단이 핵심…“부모 판단 지연이 가장 위험”
수도권 쏠림 속 지방은 ‘의료 공백’…“한 곳 막히면 갈 데 없다”

영남대병원 김세윤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소아신경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남대병원 김세윤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소아신경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경련을 일으키는 뇌전증, 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소아 두통, 뇌수막염과 뇌염까지. 아이들에게 생기는 신경계 질환을 다루는 '소아신경학'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낯선 분야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조기 대응이 늦어질수록 치료와 회복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남대병원 김세윤 교수(소아청소년과)는 "부모가 '조금 더 지켜보자'며 병원 방문을 미루다 보면 아이가 결정적인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발달이나 경련과 관련한 이상 신호가 있다면 전문의 판단을 서둘러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의 신경 질환 보는 '소아신경학'


소아신경과는 쉽게 말해 '아이들의 신경과'다. 성인 신경과가 뇌졸중이나 치매를 주로 다룬다면, 소아신경과는 경련과 뇌전증, 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장애, 중추신경계 감염질환, 유전성 신경질환 등을 주로 진료한다. 최근에는 두통을 호소하는 소아·청소년 환자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소아청소년과도 오래전부터 세부 분과 체계가 잡혀 있었고, 소아신경학 역시 국내에서 30년 가까이 축적된 분야"라며 "다만 보호자들에게는 아직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뿐,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했다.


최근 외래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분명하다. 예전보다 뇌수막염 같은 감염성 질환은 줄었고, 발달지연이나 자폐 성향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은 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예방 습관이 자리 잡은 영향으로 뇌수막염은 예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발달 문제는 눈에 띄게 늘었다. 김 교수는 "실제 환자가 늘어난 측면도 있겠지만, 과거와 달리 영유아 검진 체계가 촘촘해지면서 이전에는 놓쳤던 아이들이 더 이른 시기에 발견되는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언어나 사회성 발달이 늦어도 '크면 좋아지겠지'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정기 검진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비교적 빨리 포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괜찮겠지' 하다 치료 시기 놓칠 수도


김 교수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보호자의 빠른 판단이다. 경련은 열이 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열성경련일 수 있지만, 열과 무관하게 반복되거나 양상이 심하면 뇌전증 등 다른 질환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열성경련은 대부분 고열에 일시적으로 반응하는 경우여서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반복되거나 열과 상관없이 생기는 경련은 반드시 전문 진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발달지연 역시 마찬가지다. 언어가 또래보다 늦거나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지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병원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막상 진료를 받아보면 큰 문제가 아닌 경우도 많지만, 정말 치료와 개입이 필요한 아이는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따라가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며 "혼자 판단하기보다 객관적인 평가를 한 번 받아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진단 이후 치료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특히 뇌전증은 과거 '간질'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적 편견이 강했던 탓에, 진단을 받고도 약물치료를 망설이거나 병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의료진은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만큼,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면 적극적으로 상의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영남대병원 김세윤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소아신경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영남대병원 김세윤 교수(소아청소년과)가 소아신경 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지역은 전문의 부족…응급 대응도 버거운 현실


지역 의료 현실은 더 녹록지 않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소아신경을 전공해 진료하는 전문의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학병원마다 한 명 정도 있는 수준이다. 소아 경련 환자는 예고 없이 응급실로 실려 오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감당할 전문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응급실에서 소아 경련 환자를 마주하면 의료진 부담이 상당히 크다"며 "특히 소아 환자는 성인과 달라 응급의학과 의료진도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정작 이를 함께 책임질 소아신경 인력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구·경북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축에 속한다고 했다. 호남이나 충청 일부 지역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권역 내 병원끼리 연락망을 유지하며 환자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현장의 헌신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방 소아의료, 수도권 중심 지원으론 한계"


김 교수는 정부가 최근 소아의료에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 지원책을 내놓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원이 일부 분야에 집중되면서, 소아신경처럼 응급성과 전문성이 함께 필요한 분야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아암이나 신생아 분야 지원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소아신경 환자 가운데도 응급 대응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방은 서울·경기처럼 병원이 촘촘하지 않아 한 곳이 감당하지 못하면 바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대구·경북만 해도 주말이면 울진·영덕·안동·영주 등 먼 지역에서 환자 문의가 이어질 정도라고 한다.


격오지일수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의사 개인 희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이려면 지방에서 필수의료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끝으로 보호자들에게 "아이의 신경 발달이나 경련 문제를 두고 막연한 불안이나 부정에 머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괜한 걱정이면 확인하고 안심하면 되지만, 정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며 "부모의 빠른 판단이 아이의 시간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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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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