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웅 경주시 내남면 이조1리 이장 인터뷰
청정지역·문화유산권 장점에도 인프라 부족
도시가스·스마트팜·수변 정비 지원 강조
“보존만큼 주민 삶도 함께 살펴야”
최병웅 경주시 내남면 이조1리 이장이 지난 15일 내남면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도시가스 공급과 스마트팜 단지 조성, 형산강 상류 수변 정비 등 내남면 생활 기반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성재 기자>
경북 경주시 내남면 이조1리는 남산과 형산강 상류를 품은 청정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생활 기반 부족과 각종 규제 속에서 오랜 불편을 감내해 왔다.
지난 15일 내남면사무소에서 만난 최병웅 이조1리 이장(65)은 내남에서 태어나 자라고 지금도 생활하고 있는 토박이다. 그는 내남을 "경주의 청정지역이자 남산을 끼고 있는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규제가 많아 발전은 더뎠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마을을 오래 지켜온 이장의 자부심과 답답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이조1리는 오래된 집성촌 성격이 남아 있는 마을이다. 문중 어른들을 중심으로 마을 질서가 이어져 왔다. 최 이장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어른을 공경하고 위아래를 지키는 분위기는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농촌 공동체가 빠르게 약해지는 시대에도 이조1리에는 마을을 묶어주는 오래된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내남면은 경주시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울산 울주군과 접하고 경부고속도로와 국도 35호선, 건천~외동 간 도로가 지난다. 형산강 상류의 청정지역이자 남산 문화유산권을 품은 곳이다. 토마토, 딸기, 미나리, 한라봉 등 시설채소와 농공단지가 함께 있는 도농 복합지역이기도 하다.
조건만 놓고 보면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최 이장이 보는 현실은 다르다. 그는 "위치와 교통은 좋은 편인데 면 소재지를 보면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꺼낸 현안은 도시가스다. 최 이장은 면 소재지와 용장리처럼 주택이 밀집된 곳부터라도 도시가스가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령자 주택도 들어서고 농업기술센터도 문을 열 예정인 만큼 생활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가스는 편의 문제가 아니라 고령 주민에게는 난방비와 안전 문제다. 최 이장은 "아직도 LPG 배달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며 "최근 일부 지역에 소형 탱크 방식 지원 사업도 있지만 이런 사업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내남면의 상수도 보급률은 66%다. 19개 리동 1천765가구가 상수도를 쓰고 15개 리동 909가구는 간이상수도에 의존한다. 숫자로 보면 농촌 생활 인프라의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다.
농업의 미래도 최 이장이 강조한 대목이다. 내남면에는 토마토, 딸기, 들깨, 배, 고추, 한우, 양봉 등 7개 작목반이 있다. 한우는 256농가에서 7천593마리를 사육한다.
내남면 이조1리 표지석 뒤로 내남농협과 상가, 주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조1리는 내남면사무소 소재지에 있는 마을이다. <장성재 기자>
최 이장은 농업기술센터 이전을 내남 발전의 기회로 봤다. 다만 건물 하나가 들어오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이조리와 덕천리 일대 농지를 활용해 스마트팜 단지를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봐도 내남에 가면 첨단농업을 볼 수 있다는 정도가 돼야 한다"며 "청정지역의 장점을 농업 경쟁력으로 바꾸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형산강 상류 정비도 숙제다. 최 이장은 "형산강은 경주의 젖줄이라고 하지만 내남 쪽 상류는 제방만 있는 원시 상태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울산 태화강 사례를 들며 생태와 수변 공간을 함께 살리는 방향을 제안했다.
그는 "예전에는 황어나 은어도 올라왔다"며 "수중보와 친수 공간을 적절히 정비하면 생태도 살리고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큰 예산을 들이는 개발보다 강을 주민 삶 속으로 되돌리는 정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남산 관광도 내남 주민에게는 아쉬움이 큰 분야다. 내남면에는 경주 남산 용장사곡 삼층석탑, 용장사곡 석조여래좌상,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 천룡사지 삼층석탑 등 보물급 문화재가 있다. 전체 문화재는 36건에 이른다.
하지만 관광객이 곧 지역 소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최 이장은 "관광객이 남산에 올라갔다가 밥은 다른 지역에서 먹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원주민들이 최소한의 식당이나 편의시설이라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이장은 2016년 경주 지진 당시(진앙지 내남면)도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며 "처음에는 북쪽에서 미사일이 날아온 줄 알 정도로 건물이 흔들렸다"고 했다.
대피소는 경로당 중심으로 지정돼 있지만 최근에는 지진 보다 산불 걱정이 더크다. 남산을 끼고 있는 지형 때문이다. 최 이장은 "산이 많고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산불 걱정은 늘 있다"고 했다.
최 이장은 "내남이 가진 자연과 문화유산, 농업 기반은 경주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청정지역이라는 말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참으라는 뜻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존할 것은 지키되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함께 챙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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