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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 의성전통수리농업시스템, 인류와 생태가 공존하는 농업유산

2026-04-19 10:45
농경지에 저수지 물을 공급할 시기가 되면 못도감이 못종을 뽑는다. 물을 막는 못종의 재질은 물에 잘 팽창하는 소나무를 활용하며, 수리계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새것을 만들어 교체한다. 사진은 금성면 운곡지 못도감인 김재효 이장이 못종을 뽑아 들고 설명하는 모습. 마창훈 기자

농경지에 저수지 물을 공급할 시기가 되면 못도감이 못종을 뽑는다. 물을 막는 못종의 재질은 물에 잘 팽창하는 소나무를 활용하며, 수리계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새것을 만들어 교체한다. 사진은 금성면 운곡지 못도감인 김재효 이장이 못종을 뽑아 들고 설명하는 모습. 마창훈 기자

경북 내륙 금성산 자락을 따라 이어진 물길이 수백년의 시간을 관통하면서, 지금은 지역을 대표하는 중요한 '농업유산' 중 하나로 보전·관리되고 있다.


경북 의성군 금성·사곡·춘산·가음면 일대 수 세기에 걸쳐 보전해 온 '의성전통수리농업시스템(이하 의성전통농업)'은 단순히 농업용 관개시설의 의미를 뛰어넘는다.


실제 의성전통농업은 지역의 환경·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면서 오랜 기간 형성된 국가 또는 국제적으로 보전해야 할 유·무형의 농업자원 중 하나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20개소)과 세계중요농업유산(9개소)으로 분류해 보전·관리 중이다.


여기에는 10여년 전부터 의성전통농업을 생태 보전에서부터 식량 생산, 그리고 공동체 유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전승되어 온 지식과 결합한 농업유산으로 발굴 및 보전관리를 위한 연구에 착수한 군 관계자의 의지가 밑바탕이 됐다.


이 같은 인식과 보전을 위한 노력은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2018년)에 이어, 세계관개시설물유산(WHIS) 등재(2022년)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 최근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등재를 위한 국제적 검증 단계에 돌입하는 등 농업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연을 따르는 기술, 공동체가 지켜온 질서


의성전통농업은 자연 지형을 활용한 전통 수리 체계를 말한다. 대규모 기계 설비 없이 오로지 지형의 높낮이와 중력을 이용해 물이 흐르게 하고, 수통(물길)과 못종(물막이)을 활용해 수량을 조절한다. 특히 논의 위치와 면적, 토양 등의 조건을 고려해 위에서 아래 저수지로 물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는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된 정교한 설계의 산물이다.


여기에다 운용의 묘를 더한 슬기로움은 의성전통농업의 완성도를 더 빛나게 한다. 이와 관련해 조경래 농업유산 주민협의체 대표는 "옛날부터 주민 합의로 선출한 못도감(관리자)만이 관개 시기와 물 배분 순서, 공급량을 결정했다"면서 "물이 곧 생계였고, 물을 나누는 질서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규범이라는 정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운영 방식은 현대 농업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자연의 흐름을 존중하면서 최소한의 구조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의성전통수리농업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환경 부담을 줄이는 저탄소 농업 모델로 재조명되고 있다.


못종을 뽑으면 저수지의 물이 수통을 거쳐 못도감의 지시에 따라 농경지나 아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수자원이 귀한 이 마을에서는 한 방울의 물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다. 사진은 못종을 뽑은 금성면 운곡지 수통 모습. 마창훈 기자

못종을 뽑으면 저수지의 물이 수통을 거쳐 못도감의 지시에 따라 농경지나 아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간다. 수자원이 귀한 이 마을에서는 한 방울의 물도 허투루 낭비하는 일이 없다. 사진은 못종을 뽑은 금성면 운곡지 수통 모습. 마창훈 기자

◆농업과 생태가 공존하는 경관


의성전통농업은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하나의 농업생태계를 형성한다. 수로와 저수지, 농경지는 계절에 따라 물의 흐름이 조절되며 다양한 생물 종의 서식 환경을 제공했다. 저수지와 수로, 논 습지는 수서곤충과 어류, 양서류와 조류 등의 산란과 먹이 활동 공간으로도 역할을 톡톡히 한다.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전통 수리 체계가 자연 순환을 기반으로 한 농업생태계를 만들어낸 셈이다. 다시 말해 농업 활동이 생물 다양성을 훼손하기보다 오히려 유지·증진해 온 사례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논과 밭을 번갈아 경작하는 이모작 구조는 계절에 따라 토지 이용이 전환되며 다양한 생물종의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마늘 수확 이후 불과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밭이 논으로 바뀌는 역동적인 농업 경관은 토양과 수생 환경이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의성전통농업은 생산 활동과 생태계 유지가 상충하지 않고 공존하는 전통 농업 경관(생물 다양성 보전 기능)을 보여주는 등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이 중시하는 핵심 평가 요소와도 맞닿아 있다.


◆농업유산을 지역 성장동력으로


인구 감소와 농촌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농업유산은 새로운 지역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성전통농업은 농촌관광, 생태 교육, 청년 유입, 학술 연구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촌관광과 청년 유입과의 접목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현재 농업유산을 기반으로 주변의 관광자원들과 연계한 △지붕 없는 생태박물관(에코뮤지엄) 조성 △농업유산 브랜드를 활용한 농특산물, 상품 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통해 청년 유입의 마중물이 되는 새로운 농촌 정착 모델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의성군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과 세계관개시설물유산 등재에 이어, 추진 중인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단순한 보존을 넘어, 지역 경제와 인구 정책을 아우르는 종합 발전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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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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