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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접수 끝났는데 바뀐 R&D 룰…산단공 재공고에 기업들 반발

2026-04-20 22:05

산단공, 291억 규모 지원사업 돌연 재공모
접수 끝난 뒤 평가기준 변경, 형평성 논란
이미 접수한 272개 기업 시간·비용 매몰 우려
신설된 ‘지역균형발전’ 가점에 특정지역 유불리 의구심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본사 전경.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본사 전경.

전국의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지역산업 연구개발(R&D)' 공모 신청을 받은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이 돌연 사업을 중단하고 평가지표를 일부 변경한 뒤 재공고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신청 기업들은 그 배경에 의혹을 제기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05년부터 산업집적지경쟁력강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 사업은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식·정보·기술 교류를 촉진하고, 산업집적이 형성된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산업클러스터로 육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단공은 올해 지역산업 R&D 사업비로 291억6천만원을 책정하고 지난 1~2월 공고와 접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전국에서 총 272건의 사업계획서를 신청받았다. 권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이 79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서울·인천·경기 61건, 대구·경북 46건, 광주·전남 33건, 전북 17건, 강원 15건, 대전·충남 12건, 충북 7건, 세종 2건 등이다. 하지만 산단공은 기업 접수가 모두 끝난 뒤 돌연 사업 중단 방침을 밝혔다. 이와 함께 4~5월 중 다시 공고해 새로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산단공은 사업을 중단하면서 "지역성장 정책 기조를 반영하고 지역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평가기준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현장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꽤 오랜 기간 해당 사업에 매달려 온 대구경북 기업·대학·연구기관 등은 평가기준 재검토 이유로 사업을 멈춘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R&D 공모는 단순한 서류 접수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내부 기획,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기획, 외부 자문, 예산 배분, 연구 일정 조정 등이 함께 이뤄지는 구조다. 때문에 공모가 중단되면 그간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 고스란히 매몰될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A기업 관계자는 "대구·경북에서만 40여 건이 접수된 것으로 안다"며 "컨소시엄 형태로 1개 과제에 3~4개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산단공에서) 공모를 중단하고 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많은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B기업 관계자는 "재공모를 하게 되면 당초에 떨어지거나 이 사업에 지원하지 않은 기업들이 다시 지원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결국 연초에 이 사업을 선택한 기업들은 금전적 손해와 더불어 경쟁기업이 더 늘어나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정치권과 산업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되고 있는 지역성장 정책 기조와 행정통합 논의 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모의 틀을 다시 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접수를 마친 사업을 중단한 뒤 재공고에 나선 만큼, 일부 지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체계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것. 실제 산단공이 새로 공고한 지역산업 R&D 사업 변경안에는 기존에 없던 '지역균형발전 기여도(10점)' 항목이 생겼다. 기업들은 이 항목이 지역별 점수 차이로 이어질 경우 기존 접수 당시와는 전혀 다른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다른 C기업 관계자는 "산단공이 사업을 갑자기 중단한 배경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지역균형발전 기여도' 항목을 넣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말이 벌써 현장에서 나온다"며 "바뀐 기준대로라면 균형발전 상위 지역은 3점, 산업위기대응지역은 10점을 받게 된다. 경북 구미나 대구 달서구·달성은 3점만 받게 되는데, 이는 산업위기대응지역과 최소 7점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남일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남 여수·광양, 충남 서산, 경북 포항 등 네 곳이 산업위기대응지역으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산단공은 지난 8일 낸 변경공고에서 "공고 변경에 따른 협의체 회원사들의 양해를 부탁한다"면서도 정작 형평성 논란 등에 대한 별도 해명은 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산단공의 해당 사업 팀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 기업들의 불만은 알고 있지만, 산업부와 협의를 통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재공모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에서 계속 지역에 대한 우대 등을 강조해 왔었는데, 이번 공모에서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에 산업부와 협의를 거쳐 공모를 중단하고 지역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평가 기준을 바꿔서 재공모를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특정 지역을 위한 재공모가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떤 특정 지역을 위한 재공모는 아니다. 평가위원들은 불공정하게 평가하지 않는다"며 "지적한 지역균형발전 기여도 평가는 일부 가점이 있을 수 있지만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큰 점수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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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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