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오·성건·황성 1선거구 예비후보 8명 안팎 거론
국힘 공천 경쟁에 가나다 순번, 범여권도 1석 기대감
선거구 재편에 기존 텃밭 흔들…새 동네 관리 부담도
도의원 5개 재편 여파…기초의원 선거판까지 출렁
경주시 황성동 일대에 시의원 예비후보들의 대형 선거 홍보물이 내걸려 있다. 도의원 선거구 재편 여파로 기초의원 선거판도 출렁이는 가운데 황오·성건·황성을 아우르는 1선거구가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장성재 기자>
경주시 기초의원 선거판이 심상치 않다. 지역 정가에선 "무투표 당선 얘기까지 나오는 시장 선거보다 이번엔 시의원 선거가 더 뜨겁다"는 말이 나온다. 도의원 선거구 재편 여파가 기초의원 선거구까지 번지면서 예비후보들은 새 판에 맞춰 선거 전략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출발점은 도의원 선거구 조정이다. 경주시는 이번에 도의원 의석이 1석 늘어 기존 4개 선거구에서 5개 선거구 체제로 바뀌었다. 이번 경주시의 도의원 선거구 증가는 인구 증가가 아닌 인구 하한선 5만 명 기준 적용에 따른 결과다.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자료(2026년 3월 현재)에 따르면, 경주시(24만 3천282명)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선거구 획정 기준 하향으로 의석을 얻었다. 반면 함께 도의원 1석이 증가한 경산시(26만 3천483명)는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한 실제 인구 유입이 반영된 결과다. 이처럼 상반된 배경으로 의석이 늘어난 두 도시의 사례는 지방소멸 시대에 선거구 획정 기준이 지역 정치 지형에 얼마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 여파가 곧바로 경주시 기초의원 선거구 조정으로 이어지며 선거판 전체를 흔들고 있다.
현재 지역 정가에선 기초의원 선거구를 3인 선거구 1개와 2인 선거구 8개로 짜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황오·성건·황성을 묶은 1선거구에선 3명을 뽑고 감포·문무·양남, 외동·불국, 안강·강동, 현곡·천북, 월성·동천, 용강·보덕, 건천·서면·산내, 내남·황남·선도에선 각각 2명씩 선출하는 방식이다. 아직 최종 확정 전이지만 예비후보들은 사실상 이 구도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특히 3인 선거구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1선거구(황오·성건·황성)는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중대선거구제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예비후보만 보면 국민의힘 5명, 더불어민주당 1명, 조국혁신당 1명, 진보당 1명 등 모두 8명 안팎이 거론된다. 지역 정가에서 "경주시장 선거보다 더 치열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 지역인 이곳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임에도 유권자의 연령대와 성향이 상대적으로 다양해 표심의 역동성이 크다. 3등까지 당선권에 들 수 있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국민의힘 내 공천 경쟁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범여권 후보들의 입성 기대감도 한껏 높아져 있다.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긴 하지만 공천을 받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내 경쟁을 통과한 뒤에도 다시 가나다 순번 경쟁이 남고, 이후엔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 후보들과 본선 경쟁까지 치러야 한다. 지역 정가에서 "가를 받아야 붙고, 다를 받으면 어렵다"는 말이 도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힘 예비후보 입장에서 1선거구는 당내 경쟁과 당외 경쟁이 겹치는, 사실상 두 번 선거를 치르는 곳으로 받아들여진다.
선거구 획정 지연에 따른 '깜깜이 선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북도 시·군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이 도의회를 거쳐 최종 확정(4월 28일 예정)되기까지 일정이 촉박해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정확한 지역구조차 모른 채 표밭을 일구는 실정이다.
기존 시의원 예비후보들은 공들여 가꿔온 텃밭을 잃고 새 동네를 처음부터 다시 훑어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오랫동안 주민 민원을 챙기고 행사장을 돌며 얼굴을 익혀온 지역이 선거구 조정으로 빠져나가거나 갈라지면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자산도 함께 흩어진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덜 공들였던 곳이 새 선거구에 들어오면 처음부터 다시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익숙한 동네를 잃고 낯선 동네를 새로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1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이경희·정희택 예비후보는 "선거구 조정이 현실이 되면 결국 새로 묶인 지역까지 다시 뛰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예비후보는 황성동을 중심으로 움직여 온 입장에선 성건동과 황오동까지 함께 챙겨야 하는 새 구도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희택 예비후보도 기존 활동 기반이 선거구 조정으로 흩어지는 상황을 두고 "황당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황남·월성·불국 등 여러 지역을 오가며 쌓아온 관계와 활동 기반이 있었지만, 선거구가 다시 짜이면서 그 틀을 그대로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두 예비후보는 "선거구가 바뀌면 조직도 다시 살펴야 하고, 결국 몸으로 뛰며 새 판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성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