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 지원으로 빚어낸 4.8km 치유 공간…3개 코스마다 색다른 풍광 자랑
선원출렁다리 등 이색 명소 백미…보행 약자 배려한 ‘무장애 데크’ 돋보여
혹한, 혹서 등 이상 기후가 일상화된 시대에 도심 속 숲은 단순한 녹지 공간이 아니다. 동네 생태 유지의 동력으로 작용하며 치유 안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 시민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숨 쉬는 '도심 속 녹색 허파'를 찾아 그 생태적 가치를 되새겨 본다. 도시 숲 보전의 의미도 상기시키는 의미도 있다. 그 첫 출발점은 대구 달서구에 있는 와룡산 자락길이다.
대구 달서구 와룡산 자락길의 명물인 '선원출렁다리'를 한 시민이 건너고 있다. 연장 30m의 이 다리는 울창한 숲 사이를 가로지르며 산책객들에게 아찔한 스릴과 함께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강승규 기자
23일 오전 와룡산 자락길 입구에 들어서자 도심의 후텁지근한 열기는 이내 자취를 감췄다. 짙은 녹음 사이로 연신 "좋다"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적잖았다. 와룡산 자락길(총 연장 4.8㎞)은 2021년 국토교통부 개발제한구역 주민지원사업에 선정돼 국비로 조성된 공간이다. 산 정상까지 오르기 힘든 보행 약자들이 산자락을 따라 수평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현장에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인위적 장식을 덜어낸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이었다. 수북히 쌓인 솔잎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숲바닥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흙길을 밟을 때마다 발끝에 전해지는 폭신한 질감은 무뎌진 오감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탐방객들은 체력과 여유에 맞춰 코스를 골라 걸을 수 있다. 계명문화대에서 배실웨딩공원을 잇는 1코스(1.3㎞)를 시작으로 선원공원까지 이어지는 2코스(1.8㎞), 그리고 경원고교로 연결되는 3코스(1.7㎞)가 저마다의 풍광을 자랑했다. 특히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선원출렁다리'는 고요한 숲에 활기를 불어넣는 백미다. 연장 30m의 다리 위에서 발을 뗄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은 산행의 지루함을 씻어냈다. 난간 너머로 펼쳐지는 와룡산 비경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펼쳐놓은 듯 했다.
<그래프=생성형 AI>
23일 신록이 우거진 대구 달서구 와룡산 자락길의 흙길 산책로. 켜켜이 쌓인 솔잎과 부드러운 흙이 발끝에 전해지는 폭신한 질감을 선사하며, 도심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깊은 산속에 온 듯한 고요한 정취를 풍긴다. 강승규 기자
산책로 도처에 마련된 '무장애 데크로드'는 지자체의 섬세한 행정이 엿보였다. 완만한 경사 덕분에 휠체어나 유모차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큰 제약 없이 숲의 정취를 만끽했다. 다만,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종합안내도의 코스 설명은 상세했지만 보행 약자를 위한 전용 구간과 일반 흙길 구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사전 정보가 부족한 이용객들은 혼선을 빚을 우려가 커 보였다. 실제 일부 구간에서는 흙길과 데크의 연결부가 매끄럽지 않아 보행 보조기구를 이용하는 이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여러 차례 취재진에게 목격됐다. 아울러 휴게 공간은 넉넉했으나, 숲 생태를 깊이 있게 체험하거나 아이들이 즐길 만한 교육 콘텐츠가 다소 부족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 이모(54·달성군 화원읍)씨는 "단순히 걷는 길을 넘어, 일상에 지친 가족들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도심 속에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진다"고 했다. '저출생'과 '인구 소멸'이라는 도시의 위기 속에서 마주한 와룡산의 푸른 숲길은 '정주하고 싶은 도시'로의 길을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연결 구간의 턱을 낮추고 안내 정보를 보완하는 등 현장의 작은 갈증들을 조금씩 해소하면, 와룡산 자락길은 산책로를 넘어 '도심 속 치유의 성지'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 달서구 와룡산 자락길 입구에 세워진 종합안내도. 국토교통부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아 조성된 총 길이 4.8km의 3개 코스 정보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보행 약자를 위한 세부 구간 표시 보완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강승규 기자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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