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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장 발언대] “통장은 주민 곁을 지키는 자리”… 40년 외길 봉사, 문경 점촌2동 16통 오용환씨

2026-04-25 08:13
문경 점촌2동 16통 통장 오용환씨. <강남진기자>

문경 점촌2동 16통 통장 오용환씨. <강남진기자>

경북 문경시 점촌2동 16통. 골목을 따라 이어진 오래된 주택 사이로 오랜 시간 주민들과 함께해 온 한 사람의 발걸음이 겹쳐진다. 1986년부터 통장직을 맡아온 오용환(70)씨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같은 자리에서 주민들을 챙겨온 그는 '통장'이라는 이름보다 '이웃'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오 통장은 통장직을 맡게 된 계기를 묻자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자연스럽게 맡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시작은 단순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역할은 점점 깊어졌다. 그는 "행정과 주민을 잇는 역할을 하다 보니 결국은 사람을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로 남아 있다"고 했다.


그의 기억 속에는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던 순간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당시에는 개인적인 영광이라기보다 지역을 대표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는 그는 "성화를 들고 달리던 그 순간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오 통장이 말하는 '보람'은 화려한 기억보다 일상의 작은 실천에 더 가까웠다. 그는 수십 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함께 불우이웃돕기 활동을 이어오며 겨울철마다 연탄 2천장씩을 마련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해 왔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주니 가능한 일"이라며 "그 따뜻한 정이 더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도 그의 오랜 봉사 중 하나다. 명심보감 100여 권을 기증받아 시작한 한문 교육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삶의 태도를 가르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르게 살아가는 기준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명심보감 속 문장들이 아이들의 삶에 작은 방향이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나눔도 꾸준히 이어졌다. 통장과 반장들이 매달 2만 원씩 정성을 모아 7~8년 동안 어르신들에게 여행 기회를 제공해 온 것이다. 오 통장은 "멀리 떠나기 어려운 어르신들이 하루라도 웃고 쉬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함께하는 시간이 더 큰 의미였다"고 말했다.


그는 통장이라는 역할을 '주민 곁을 지키는 자리'라고 정의했다. 단순히 행정을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통장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작은 불편 하나도 지나치지 않고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게 결국 마을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여전히 '주민'에 맞춰져 있다. 오 통장은 중앙공원 내 어르신 휴게공간을 보다 편리하게 정비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크게 눈에 띄는 일은 아니지만, 어르신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에 필요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4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오용환 통장은 그 시간을 특별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그의 말은 오히려 그 세월의 무게를 더 깊게 전한다. 눈에 띄지 않는 자리에서 묵묵히 이어진 그의 봉사는 오늘도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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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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