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평생토록 보수 정당을 지지하고 투표했다는 분들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불과 30여 일 앞둔 이 시점에 장동혁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 지지도는 헌정사 최저치인 15%를 찍고서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 가운데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 비율이 30% 정도라고 생각할 때 지지층의 절반 정도가 국민의힘과 장동혁 지도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다. 그동안 보수정치를 묵묵히 지지해 왔던 분들은 하소연 정도를 넘어서서 걱정과 자괴감마저 들 지경일 것이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대를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은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뒤집겠다고 사상 초유의 조작 기소를 앞세워 공소 취소라는 사법 난동(亂動)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의 지지도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 후반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나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호감 또는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척도인 중도층에서는 국민의힘 지지도가 9%, 민주당 지지도가 46%인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야당인 국민의힘이, 대표가 장동혁 아닌 누구라도 이번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득표수를 합치면 49.4%다. 우리나라에서 잠재적인 보수 성향 지지층의 크기와 결집력이 이 정도는 된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를 받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만약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앞둔 현시점에서 30%대 중반 정도의 지지율만 유지하고 있었더라면 이번 선거의 향배는 민주당도 쉽게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간 평가 성격의 지방선거는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일을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가 쉽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점이 보수 지지층에서는 한탄스러울 뿐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수치를 보면 국민의힘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지방선거 대참패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과 장동혁 지도부는 무슨 역할을 해야 할까. 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장동혁 대표가 국민의힘 대표라고 해서 그를 보고 국민의힘에 표(票)를 줄 유권자는 없을 것 같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도 그 민심을 받아줄 그릇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이라는 그릇이 과연 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재명 정권에 대한 안정적인 지지율은 이런 상황에 따른 반사적 이익 측면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15%에서 출발하는 것과 보수 성향 지지층의 힘을 모은 30% 전후에서 출발하는 것은 천양지차(天壤之差)일 것이다. 보수 지지층의 막판 세(勢) 결집과 인물론을 앞세워 서울과 부산,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지금과는 다른 양상의 선거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에 등돌린 보수 민심을 회복할 길은 무엇일까. 생사의 갈림길에 선 보수정치가 마지막 희망의 씨앗을 틔울 방안은 무엇일까. 이번 지방선거 참패만 면하면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얄팍한 수는 이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설혹 참패를 맛보더라도 보수정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은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해법은 바로 '내려놓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장동혁 대표를 위시한 지도부 사퇴와 보수정치의 위기를 자초한 기득권을 움켜쥔 다선 중진의원들의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 같은 충정(忠情)을 지지자들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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