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이동형 양팔 로봇 현장 실증 가보니
사람 똑닮은 양팔 로봇 PCB 라우타 공정 투입
작업물 이송·안착·제품 보관 등 전 과정 수행
야근·휴가도 필요 없어…느린 작업 속도 숙제
‘불쾌한 골짜기’와 현장 반발감도 넘어서야
지난 24일 대구 달서구 에스엘<주> 성서전자공장에서 이동형 양팔 로봇 '멕시온'이 기판외형가공(PCB Routing)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제공>
지난 24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자동차 부품기업인 에스엘<주> 성서전자공장. 국내 차량용 LED램프의 60%가량을 공급하는 생산라인에 이질적 존재가 사람과 섞여 일을 하고 있었다. 성인 남성보단 조금 작은 키(160㎝)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양팔, 머리에 쓴 모자까지 상반신만 보면 영락없는 사람이다. 얼굴에선 눈·코·입 대신 카메라 렌즈가 반짝였고, 박스형 구조인 하반신에는 다리 대신 바퀴가 달려 있었다. 우리 지역 기술로 탄생한 이동형 양팔 로봇 '멕시온'이다. 우광영 에스엘 책임은 "조금 느리지만 사람이 하는 모든 공정을 수행할 수 있다. 실증이 완료되는 9월에는 사람 한명의 몫을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온은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이 총괄하고 에스엘과 뉴로메카 등 대구경북 소재 로봇기업들이 합작 개발한 이동형 양팔로봇이다. 기존 단일 팔 또는 고정형 로봇과 달리,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핵심인 '양팔 협업' 기능을 갖췄다. 특히 이번 실증은 이동형 양팔 협동 로봇이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임무를 수행한 첫 사례여서 관심이 쏠렸다.
이날 멕시온이 투입된 라인은 기판외형가공(PCB Routing) 공정이다. 작업물 이송부터 장비 안착, 부산물 분리배출, 완제품 보관까지 정밀한 작업 수행 가능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멕시온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정확했다. 인쇄회로기판(PCB) 적재함인 매거진에서 집게손으로 PCB를 집은 후 작업대(지그) 위에 1㎜ 오차도 없이 정확히 운반했다. 사람처럼 핑거를 활용해 패널에서 제품과 더미를 정확히 분류해냈다. 더미를 스크랩통에 버리고, 단품을 트레이에 옮겨 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끊김이나 어색한 동작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24일 대구 달서구 에스엘<주> 성서전자공장에서 이동형 양팔 로봇 '멕시온'이 기판외형가공(PCB Routing)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제공>
사람과 안전하게 섞이기 위한 안전장치도 눈에 띄었다. 작업을 수행 중인 멕시온을 중심으로 반경 80㎝에는 '레드라인'이 그어졌다. 시각적 효과를 통해 사람과 충돌 및 접근을 막는 직관적인 장치다. 이동 과정에서 사람(장애물)을 만나면 피해가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됐다. 제조 현장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돼 멕시온의 이동 및 작업상황을 현장 모니터 혹은 사무실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 책임은 "2월부터 가상 실증 과정을 거쳤지만, 현장 실증은 완전히 다르다. 짜여진 상황보다는 돌발 상황 등 비전형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이런 부분을 중점 점검·학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형 양팔 로봇은 사람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 AI 전환을 앞당길 핵심 열쇠로 평가된다. 기존 고정 양팔 로봇이나 고정노선 운송로봇(AGV) 등은 투입 시 기존 설비나 인프라를 바꿔야 한다. 상반신에 양팔을 갖추고 이동은 바퀴로 하는 형태가 실제 제조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모델이라는 게 현장 설명이다.
다만 사람과 비교해 20~30% 수준에 머문 현저히 느린 작업속도는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연차·휴가를 쓰지 않고, 24시간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생산량에선 오히려 앞선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로봇에 대한 심리적 장벽과 현장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이재령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로봇에 필요 없는 모자를 씌운 것도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제조 현장에서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굉장히 먼 미래 일이다. 점차적으로 투입되는 로봇도 생산량 확대 및 회사 규모 확장에 기여해 현 직원에는 혜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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