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3일까지 백년 근대건축물 무영당 전관에서 열려
동시대 미학으로 확장되는 수묵화 통해 생명과 치유 표현
임현락 작. <작가 제공>
일획, 한 호흡, 찰나, 순간. 이는 한국 화단의 대표적 중견 작가인 임현락(경북대 미술학과 교수)이 여러 차례 투병과 치유의 과정을 거치며 예술 행위로 구체화한 시간적 개념들이다. 그 결정체인 대표 연작 '1초 수묵'은 1초라는 극한의 시간성을 행위에 끌어들여 찰나 속에 깃든 영원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작가는 대상을 그리지 않고 생명 그 자체인 호흡을 그린다.
백년의 세월을 품은 근대 건축물과 찰나의 호흡이 만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임 작가의 개인전 '백년과 1초'가 오는 5월3일까지 대구 중구 무영당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1930년대 민족 자본으로 세워진 대구 최초의 백화점 '무영당'의 4개 층 전관을 활용한다. 작가는 지난해 말 이곳을 방문했다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 자체의 울림에 빠져들어 전시를 구상했다.
전시는 수묵화를 동시대 미학으로 확장하며 시간성과 공간성을 드러내 온 작가의 대표작 '나무들 서다' '1초 수묵' 등을 아카이빙하고, 무영당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한 설치·평면·영상 작품을 함께 선보인다. 특히 '1초 수묵' 시리즈의 최신작들을 근대 건축물의 물성과 결합해 공간 자체를 새로운 차원의 감각으로 승화시킨다.
임현락 작. <작가 제공>
임 작가의 예술과 사유의 근간은 생명과 치유다. 그는 2002년 금호미술관 전시를 시작으로 반투명 천에 한 획으로 그은 필획들을 공간 속에 세우며 수묵화의 평면성을 3차원 공간으로 확장해왔다. 이 필획들은 숲을 이뤄 서로를 비추고 감추며, 시선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또 관람객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며, 마치 살아 있는 나무처럼 관람객과 교감한다.
전시 관계자는 "동시대 미학의 관점에서 수묵화의 표현 범주를 확장하는 예술적 탐구이자, 전통의 현대적 진화라는 한국 화단의 과제를 작가 특유의 철학과 해석으로 풀어낸 전시"라며 "이 차별화된 감각을 근대 건축 공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 작가의 작품은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관 15주년 기념전 '서화무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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