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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멈춰선 라인, 떠나는 사람… 포항 중소기업 ‘이중고’에 신음

2026-04-27 17:21

일감 줄어 멈춘 기계, 그 자리를 채울 사람도 없다
채용 계획 84%가 ‘단순 충원’… 방어적 고용 그쳐
중소기업 기피 심화… ‘복지’와 ‘교육’으로 승부수

포항 남구 철강산업단지 내에 있는 제조 공장의 한 라인. 예년이라며 요란한 기계음으로 가득해야 할 현장이 일감이 줄어들면서 정적이 감돌았다.<김기태기자>

포항 남구 철강산업단지 내에 있는 제조 공장의 한 라인. 예년이라며 요란한 기계음으로 가득해야 할 현장이 일감이 줄어들면서 정적이 감돌았다.<김기태기자>

지난 24일 오후, 포항 남구에 있는 한 금속 제조 공장. 예년이라면 요란한 기계음으로 가득해야 할 현장 곳곳에 정적이 감돌았다. 공장 한편의 생산 라인은 가동을 멈춘 채 덮개가 씌워져 있었고, 그나마 돌아가는 라인에서도 빈 작업대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때 신규 수주로 밤낮없이 활기가 돌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이곳의 최대 고민은 두 가지다. 첫째는 경기 침체로 인해 뚝 끊긴 '일감'이며, 둘째는 그나마 남은 자리를 지키던 숙련공들이 떠난 뒤 새로운 인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점이다. 공장 관계자 A씨는 "일감이 없어 라인을 세우는 것도 뼈아픈데, 퇴직자가 생겨도 올 사람이 없으니 남은 인력의 노동 강도는 더 높아진다"며 "일감이 다시 들어와도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일감이 줄어들면서 이 공장 한편의 생산 라인 기계가  멈춰 서 있다.<김기태기자>

일감이 줄어들면서 이 공장 한편의 생산 라인 기계가 멈춰 서 있다.<김기태기자>

이러한 현장의 비명은 통계 수치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포항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기업 8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력 채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51.8%가 올해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수치상으로는 기업 절반 이상이 고용에 나서는 모양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고용 시장의 활력은 바닥 수준이다.


채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기업의 84.1%가 '자연 감소 인력에 대한 충원'을 꼽았기 때문이다. 사업 확장이나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채용이 아니라, 퇴사나 은퇴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에 급급한 '방어적 채용'에 매몰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채용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매출 등 경영 실적(45.4%)이 1위로 꼽혀, 일감 감소가 고용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역 기업들이 겪는 만성적인 구인난의 배경에는 '중소기업 기피 현상(35.4%)'이 자리 잡고 있다. 청년층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현장직을 기피하는 문화가 고착화되면서, 지역 강소기업들조차 정규직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단순히 임금 인상에만 기대지 않고 전략적인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인재 유치를 위한 방안으로 근무환경 개선(44.5%)과 소통 강화(22.2%)를 최우선으로 꼽은 점이 눈에 띈다. 높은 연봉을 보장하기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워라밸'이나 조직 문화 개선을 통해 이직률을 낮추겠다는 고육책이다.


기업들은 실질적인 고용 지원책으로 '기업 맞춤형 교육 훈련(44.9%)'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직무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김태현 포항상공회의소 대외협력팀장은 "현재 포항 채용 시장은 양적인 지표보다 질적인 위기에 주목해야 한다"며 "일감 확보를 위한 산업 구조 개선과 청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근무 환경 혁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역 인력난은 해소하기 힘든 장기적 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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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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